낮에도 영하라 하였지만 볕 아래서는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
꽝꽝 얼었대도 조금씩 녹는 눈.
새벽 여러 차례 잠을 깹니다,
수면양말을 벗고 자서였던가, 밤 기온이 뚝 떨어져서였던가
바람이 솔솔 들어와.
아이들이 장난치며 주먹질을 했던가,
된장집 벽면에 찌그러진 두어 곳 손 가만히 대니 차기가 여간 아니었습니다.
거기 종이 바르고 또 바르고,
고추장집과 된장집 문틀에 문풍지도 붙이고,
고추장집 방문에 창호지(붓명상 했던 그림들로)도 덧바르고...
해마다 해일이 덮친 바닷가 마을에 여전히 사람이 살듯
해마다 독한 추위에 영구적인 단도리를 하리라 하지만
해마다 이는 이엉처럼 고치고 또 고치며 겨울살림이 계속됩니다...
점심밥상을 물릴 무렵 찾아든 손님.
지리산 삼성궁의 악사 성인샘,
수년 전부터 벼르다 드디어 물꼬 다녀가시었네요.
찬 없는 밥상이나 뚝닥 새 밥 지어내고,
볶은 커피 갈아 내리기도.
그리고 달골 올라 안내도.
오른 덕에 소사아저씨랑 또 눈 좀 치우고 내려오지요.
볕 굵어 금세 길이 녹겠습니다.
참, 물꼬하고의 인연으로 두어 해 전이던가,
김해의 삼족오 이춘삼 샘이 자제분 둘 데리고 호주의 브루더호프에서 보낸 적 있는데,
그 인연을 성인샘 따님도 이어 같은 공동체에 몇 달 전 머물렀다 합디다.
달골에서 내려오는데, 재국이 아저씨네 아주머니가 부릅니다.
“커피 한 잔 하고 가. 생전 마실도 안 오고...”
“손님도 오셨고...”
“아이구, 얼릉 와 봐. 이거라고 갖고 가!”
김치만두를 쪄서 내미셨지요.
“그만요.”
“안에 또 있어.”
한 판을 다 넣어주셨습니다.
몇 해 묵힌 포도식초를 뒤란 독에서 퍼와
가라앉으라고 여러 날을 두었는데,
아무래도 한번 걸러주는 게 좋겠다 싶어
소쿠리에 한지 깔고 내립니다.
내일부터 통에 좀 담아야겠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채 널부러진 모습으로 꽤 오래 부엌을 차지해왔더랬는데.
저녁,
군수님과 단체장으로서 주고받는 문자가 흐뭇하게 하데요.
큰 규모이고 작은 규모이고 저마다 지는 짐들이 있을지니.
기업체를 경영하시면서도, 재임시에도
여러 차례 물꼬에 큰 힘 되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