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에서의 날씨는 늘 얼마나 절묘한지요.

아침에 잠깐 눈발 날리더니

아이들 일어나 해건지기를 할 무렵부터 해 짱짱하다가

아이들이 나가고 나자 해를 거두었습니다, 하늘은.

 

빽빽하게 늘어서서 대배 백배를 했습니다.

자시을 그리 낮춰본 적이 있던가, 무언가로 그리 간절한 적이 있던가...

모두 했습니다.

아, 발을 다쳐서 온 윤지는 앉아서 명상했더랬네요.

우리 인연 깊어

이 생의 한 순간 겨울산중에서 이리 같이 수행을 다 하는고나,

마음 울렁입디다.

 

‘장작더미’.

희나리였던 장작들이 말라 장작불로 간다는 의미,

그것도 더미로, 모두가 연대하여 말이지요.

아침 먹고 산마을을 돌고 오니

새끼일꾼(중고생 자원봉사자) 안내에 대한 얘기는 미처 할 시간이 없었더랬네요.

여기서 보낸 시간이 고스란히 새끼일꾼 훈련의 시간이었을지니.

버스 시간에 맞춰 갈무리글 바지런히 쓰고.

 

도시락을 냅니다.

유자차와 감자샌드위치와 소세지.

물꼬에서 소세지를 낼 때도 있데요,

장보러 갔을 때 샌드위치 옆접시로 좋겠다 싶어 눈이 간.

양파와 당근 굵게 썰어 볶아냈더랬지요.

 

버스를 타고 아이들이 떠났습니다.

말해 무엇 합니까.

어디서 이 아이들이 왔더랍니까.

훌륭한 아이들이고 청년들이었습니다.

오늘을 살지 않으면 미래는 허구일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뜨겁게 살았지요.

이반 일리치의 말대로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

여태 한 청소년 계자 가운데 가장 빼어났던 계자였다 하겠습니다.

 

아이들 보내고 시진샘 광상샘 성진 영일샘들 남아

또 장작을 만졌지요.

어제 아이들과는 간장집 뒤란 나무를 모두 학교 본관 뒤란으로 옮겼고,

오늘은 고추장집 뒤란의 나무를 잘라

역시 본관 뒤란 화목보일러 곁으로 보냈습니다.

샘들은 도와주러 온 손발이 외려 폐가 아닐까 하며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한아름 안고 왔더랍니다.

살림을 살펴봐주어 고맙습니다.

 

원규샘은 고래방 송풍기 문제를 해결해주었네요.

겨울에 난방기로도 쓰는.

지난 겨울 문제가 생겼고

가을에 겨울 앞두고 고치자 할 때 잠시 제대로 작동되기에 두었는데,

역시 일시적 현상이었던 것.

완전 멈추어 있었는데,

기름호스에 공기가 들어가 있더라고.

팽팽 잘 돌아갑니다.

우리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지요.

원규샘은 번번이 물꼬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잔뜩 실어옵니다.

그 마음 늘 고맙습니다.

 

스무 살이 되는 연규와 윤지가 계자 준비를 돕는다 한주를 내리 머물기로 합니다.

계자까지라면 보름의 여정이지요.

“산골 일상을 잘 견지하고 사는 일, 그것이 계자의 최대 준비야.”

밥해먹고 청소하고 일어나는 일들을 헤쳐가기!

“밥해먹는 일만 덜어줘도 큰 도움이지.”

아이들이 하루 한 끼 밥상은 준비하기로 했고,

저녁 밥상부터 차려냈더랍니다.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어른들이어도 쉽잖을 것을.

 

참, 이웃 마을에 사는 성범샘이 바나나를 한 상자 보내주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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