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계자 아이들이 가고 눈발 날립니다.

물꼬에서의 날씨는 어찌 이리 늘 절묘한지요.

진주샘 말마따나 하늘은 물꼬를 사랑하나 봅니다.

 

아침, 해건지기는 이불 털기, 그것이 또한 놀이.

밥상머리공연 마지막무대는 현진이가 장식했습니다.

정완영의 시조를 암송했지요.

어제 하루재기에서 모둠 앞에서 했고

다시 모든 이들의 앞에 무대로 올랐더랍니다.

하여 우리는 이 시간을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이라 부르지 않던가요.

 

밥바라지 엄마들의 돌아가는 기차시간이 좀 빨랐습니다.

그것도 겨우 구한 표.

그리하여 10시 40분 택시를 불러 나갔지요.

고맙습니다.

명희샘, 진영샘, 애쓰셨습니다.

품격 있는 밥상이 우리를 때마다 얼마나 풍요롭게 하던지요.

 

자, 이제 우리들의 점심은...

다른 끼니면 제가 밥공양을 나설 것이나

갈무리글과 마친보람을 진행해야 했지요.

아리샘과 연지들(새끼일꾼 연규형님과 윤지형님)이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계자는 일을 맡기고 잊어 먹어도 될 만큼

맡은 일들이 책임 있게 돌아가고 있다지요.

그리하여 어느 때보다 맛있는 자장밥이었네요.

여유 있게 마무리를 하고 아이들이 떠났습니다.

아이들 보내고 연지들과 함께 설거지와 마무리를 하고

부랴부랴 영동역으로 좇아갔지요,

가는 아이들은 못 보아도 교사 갈무리 하러.

아이들 들어올 땐 희중샘이, 나갈 땐 아리샘이 축이었답니다.

 

샘들 갈무리.

이리 푹한 마음 좋은 계자가 있었던가요.

모두 자기가 보낸 계자 가운데 가장 좋았다 했습니다,

여러 차례 다녀간 아이들도 그리 말했듯.

157 계자, 그간 일백오십일곱 번 계자 가운데 가장 좋았다고는 말 못해도

멋진 계자였다 말하겠습니다.

배운 게 많았다, 즐겁고 수월했다, 많이 컸다,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도 있지만 사람도 좋았다,

샘들이 계자에 오며 물꼬에 놀러온다 혹은 쉬러온다고들 하는데, 그런 느낌 알겠더라,

뭘 해도 즐겁고 힘들어도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충전되더라,

잘 쉬었다...

그리 입을 모았더랬습니다.

‘아이들 알아서 척척. 밝은 아이들, 아이들 덕에 나를 위한 시간이 많아져서 좀 즐기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시간이 다른 계자보다 많았다. 너무 감사하다

...아이들 속에서도 샘들 속에서도 서로를 채우는 역할들이 너무 적절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단단하고 재밌는 계자였던 것 같다. 희중샘이 빨래를 챙긴다는지.’(엊저녁 진주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이번 계자는 진짜 뭔가 의미가 크고 너무 좋았던 계자였다.

내가 아이로 왔던 첫 번째 계자만큼 좋았었다.

솔직히 몇 년 전 새끼일꾼일 때도 뭔가 새끼일꾼의 책임도 있고 일이 눈에 익어서 자꾸 일을 하다 보니깐 음 새로운 품앗이, 새끼일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이였다. 같이 계자를 하면서도 이야기 한번 못해보고 집에 갈 때도 있었고, 찝찝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어느때와 다르게 샘들이랑도 금방 친해지고 마음도 잘 맞고 너무 일을 척척 잘해주셔서 되게 좋았다. 예전엔 일로 만족하고 돌아갔던 계자였다면 이번계자는 사람들과의 관계, 여유로움으로 만족하게된 계자였다. 글로는 다 표현을 못하겠지만 모두에게 넘 고맙고 평생 남을 기억이다.’(윤지 형님)

‘지금까지 했던 계자 중 배울점도 많고 철이 들고 그냥 최고의 계자였다’(성재 형님)

‘5박6일 동안 매우 즐거웠고 시간이 아주 금방 흘러갔다. 항상 똑같은 일상, 똑같은 하루를 깨주었고 느낀 바가 많다. 좋은 경험이었다.’(가온 형님)

그래요, 그래요,

우리 놀고 사랑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연대합시다려!

 

아, 그리고 157 계자는 정말 감자의 계자였습니다.

보글보글 주재료도 감자,

삶아 먹고 구워먹고 굴려먹고 볶음에 국에 샌드위치에...

감자 농사 풍년이었고,

물꼬에서 키운 것 말고도 마을 여러 댁에서 보내온 것.

계자에 보태는 그 마음들이 모다 우리 아이들을 지켰을 것이니.

 

샘들 갈무리를 하는 동안 눈이 그쳤고,

모두 떠나자마자 멀리 캐나다에서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미국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기표샘,

방학동안 잠시 캐나다에 있는 어머니 댁에 들렀다 한 전화였지요.

초등 3년이던 그 아이 스물여섯에 이르고,

그 세월 그의 어머니 역시 좋은 벗으로 교류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의 훈육교사이고 불바라기(겨울이면 밤마다 뒤란 보일러 아궁이를 지킨) 그 대신

이번 계자에는 그의 동기 경찰 호열샘이 휴가를 받아 왔더랬지요.

계자는 안에서 움직이는 우리들만 꾸리는 게 아닙니다.

아주 멀리서도 기운 보태지요.

그러니 어찌 안녕치 않겠는지요.

 

샘들도 떠나고

희중샘이 진주샘과 성빈이를 데리고 다시 물꼬로 들어왔습니다.

내일은 휘령샘과 기락샘이 들어올 게고.

한 이틀 계자 지난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지요.

덕분에 성빈을 데려다 놓고 나가야 할 상황에서

귀농모임 총회를 편히 다녀올 수 있었네요.

잠결에 밥을 두 차례나 먹고

졸음에 겨워하다 왔더랍니다.

 

아, 빛나던 우리들의 157 계자가 끝났습니다...

잘들 가시었는지.

158 계자 아니어도

예서 겨울도 보내고 봄도 맞고 그 봄도 보내고 여름도 맞읍시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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