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3.달날. 맑음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4.02.18 23:50:25

 

한동안 사랑했던 이웃마을 저수지에 오늘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며칠 따뜻했던 봄날 같은 기온이 저수지를 다 풀어놓았습니다.

녹는 일 같은 건 없을 것 같던 저수지 한가운데도

듬성듬성 물결 일고 있었습니다.

가끔 수달도 보았다는 사람이 있는 그 저수지에

이 겨울 몇 차례 들어가서 홀로 놀았습니다.

멀리는 어린 날 외가에서 놀던 논바닥이었고,

가까이는 실크로드를 걷다 만난 카스의 카라콜 언 호수가

그 저수지에 있었지요.

이제 자라 늙어버렸고, 실크로드를 다녀온 지도 두 해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겨울 지나 저수지도 녹고 있는...

 

오늘은 코지 타마키의 Aibo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의 뮤비를 보며 그런 중년이 되고 싶다던, 십년도 더 전에 말했던 사내가

오늘 그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그런’ 중년...

우리 나이 중년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중년이고는 있는지.

 

긴 설 연휴를 끝내고 기락샘이 가고,

긴 휴가를 마치고 소사아저씨가 들어왔습니다.

9학년 아이는 다시 읍내 도서관을 나가기 시작했고,

오늘은 이웃의 영농법인에 손을 보탰고,

차 공부를 함께 했습니다.

합천이 20도도 넘어 된다던, 봄날 같은 여러 날은

입춘을 하루 앞두고 맵기 시작합니다.

울릉도와 독도 대설주의보가 내린 오늘밤(2/4) 3시를 기해

충북은 한파주의보 발령.

돌아오는 저녁 어두워진 땅바닥이 딱딱했습니다.

 

설 연휴를 끝내고 시작된 한 주,

통로에 걸레질을 하고 교무실 바닥도 걸레질.

교무실에서 두어 가지 서류를 보내고,

실타래학교 공지하고,

짧은 글 두어 편 쓰고,

이웃에 보낼 미처 챙기지 못한 설 선물 포장하고.

 

봄이 오고 있고, 사람들도 봄에 새롭습니다.

먼 이국에서 편지 하나 닿았습니다, 봄소식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고 노력해봐야겠어요.

...이렇게 옥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누구보다 저를 필요로 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물꼬가 있어서요.

포기하고 싶고 눈물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속풀이 할 곳이 있다는 것에..

그리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는 이렇게 지금도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제 곁에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물꼬 곁에 있어주어.

고맙습니다,.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어.

고맙습니다, 필요할 때 좇아와주어.

 

누군가에게 제가 선생이듯

제게도 선생님이 있습니다.

배움의 현장에서 맺은 인연도 있지만

본 적 없어도 삶의 안내자들이 있지요.

고맙습니다, 삶의 거룩한 안내자들 혹은 의지처들.

당신들이 없다면 어이 이생을 하루인들 건널 수 있겠는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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