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사아저씨는 고래방 뒤란 비닐하우스와 우물 둘레 마른 풀들을 걷어내셨지요.

 

바쁘지만 단조로운 나날들,

하여 이야기도 가난한 2월이군요.

아이들과 복닥거림 별 없는 2월이라 더욱.

새벽, 황간역에서 선배를 보냈습니다.

멀리서 귀한 이가 와서 다녀가니

교육 관련일 아니어도 물꼬 이야기로 분류하여 한 자.

논두렁이기도 한 당신,

대전 걸음에 다녀가신 참.

새벽 마을을 가르며 기차가 떠났지요,

마치 근대소설의 한 풍경 같은.

물꼬에 목공 기계와 공구들, 그리고 목재를 기증해주셨던

클럽에스프레소의 마은식 사장님.

저분 어제 저녁에 내리셨는데,

마침 깃발 들고 철로에 나오셨던 역장님 왈.

정말 타고 내리는 걸 다 아는 시골 간이역.

선배는 서두르는 아침 시간에도

물꼬에 나눠줄 뭔가를 생각하느라

전력량을 확인한다 배전판도 열어보셨더랬답니다.

 

황궁다례가 있었던 하루.

대구에서 또 하나의 유아다례모임도 있었고.

남도의 두 도시를 거쳐 새벽부터 야삼경 지나 들어온.

절집에서는 차를 마시며 더워 내복을 벗어야했네요.

오가는 차편과 일행들 있으니

이 계절 공부 좀 하고 가라는 좋은 기회.

 

밤, 아이가, 오랜 산골 삶을 청산하고 제도로 들어가는,

9학년의 막바지 아이가

교무실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남은 사람 일을 딴엔 덜어준다고.

그래, 그래, 그런 마음만 있음 되었다, 그 마음이 훼손되지 않게만 지내다고,

그러한 맘 듭디다요.

 

“요새는 글 안 써?”

언제는 뭐 그리 썼더이까.

벗이 안부를 물어왔던 저녁.

에밀 졸라와 폴 세잔느를 들먹였던 그이.

“소설가친구를 두면 조심해야하지.

내 이야기가 소설 어느 구석에서 툭 튀어나올지도 모르니.”

에밀 졸라와 폴 세잔느가 그랬더라지요.

중학 나이에 만나 30년 우정을 나눴던.

하지만 실패한 천재의 무기력을 그린 에밀졸라의 소설 한 부분을 세잔느가 읽고

절교를 선언하기 전까지.

문학적 글쓰기가 또 고개를 듭니다.

하고팠으나 하지 않은, 혹은 하지 못한 일들은

그렇게 우리 생의 턱 아래서 한 번씩 얼굴을 들이밀지요.

당신, 세상 모든 당신, 꿈꾸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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