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간장집 남새밭 마른풀들 걷고

된장집 앞마당 정리.

된장집 고래방 큰해우소들 뒤란의 쌓아두었던 연탄재도 정리.

‘정리’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싶은 산골 물꼬살이.

 

제주도 행.

이 정도 나이 되면 목적지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요새 제주가 대세라지요,

여행객들도 예술가들도 은퇴자들도,

그리고 국제고를 향한 부모들의 발걸음으로도.

이제 곧 3월이 오고 뭔가 일이 시작되기 전에

어딘가 짧게 한 바퀴 돌고 오기라도 해얄 것 같은 2월의 끄트머리,

마일리지가 쌓여 세 식구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표가 생기고,

제도학교 들어가면 바빠질 아이랑 그 전에 동행도 가능하겠다고

밥 먹다 얼마 전 잡힌 일정.

목적지가 정해지면 검색을 하고

갈 곳, 먹을 것 따위들이 그 주요한 대상이 되어

그렇게 우리는 똑 같은 식당과 똑 같은 장소를 다녀오게 되지요, 대개.

그리고 그건 다시 사진으로 글로 찍히고 쓰여

전화기로 컴퓨터로 가볍게 날아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거 안 하기로.

아무 계획 없이 숙소만 정해놓고.

어차피 가는 날 오후 비행기에 돌아오는 날은 아침 비행기이니

겨우 하루가 나는 셈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서 묵었던 집이

숙소에서만 내내 보내다 와도 좋겠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곳,

거기로.

 

첫날은 어둑하게 도착해 서귀포의 장에 가서 해물을 사서 삶아

초장에 찍어먹었습니다.

지난 목포 출장에 일행들과 패류를 그리 먹고

철마다 먹는 여행을 가는 이들을 이해하겠다 싶더니

꽤 괜찮은 선택을 바로 따라해 본 것.

이튿날은 비 살짝 내리는 숙소에서 늘어지게 오전을 보낸 뒤

박물관 두 곳으로.

한 곳은 오래전 대학로에 자리를 틀었던 그 박물관에,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들공부를 갔던,

이제는 아드님이 자라(라고 표현하기 너무 성큼인 어른) 제주도로 옮기고

관장 대행을 하고 있었지요.

반가웠습니다.

같이 악기를 다뤄보기도 했네요.

또 다른 박물관은 전국적으로 투어전시를 하다 제주도에 자리를 튼 전시관.

봤으면 싶었으나 가보지 못하다

상설전시관에서 만났네요.

오래 뭔가 아쉬움마저도 쥐고 있으면 해갈의 때가 오는...

저녁은 특미라는 거 하나 먹고. 먹어주고?

여행이라면 어디 좋다는 곳들보다

그저 그곳 골목길을 걷고 원주민들이 사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좋습디다.

그런데, 일정 짧아 그저 차로 움직이다 왔네요.

올레길 한 코스도 걸어보지 못하고.

여튼 제주도 여전합디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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