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순 바람은 사람들을 데려옵니다.
잘들 계시는지요.
마을이 다 날아오를 것 같은.
양철지붕이 덜렁덜렁.
호두와 감나무 둘레에 거름 뿌려주고,
장순이 똥도 치워 똥거름장에 넣었습니다.
“뭐 햐아? 사과 갖다가 잼도 좀 만들고...”
먼저 하려던 전화가 닿기도 전에
또 어르신이 앞서 안부 물어오셨습니다.
얼른 좇아갑니다.
겨우내 서로들 살아내느라 얼굴도 못 봤습니다.
그렇게 광평농장 다녀왔지요.
조정환샘과 현옥샘이 사과를 잔뜩 실어주셨습니다.
계신 것만으로 힘이 되는, 내 뒤 당신 계시다 싶은.
더하여 이렇게 때마다 살펴주시는 물꼬 살림.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유기농으로 짓는 사과농사가 너무 힘에 겨워
올해는 사과나무를 좀 패 내고 다른 작목을 심어보시겠다는데...
식구들 다 모여 저녁 밥상을 물린 뒤 사과를 닦고 쪼개고 벗기고 썰고
유기농 사과잼을 만들었지요.
잼이 불에 올려져있는 동안
씬핏자를 굽고
화이트 와인을 내고
샐러드를 내고
오랜만에 만찬의 저녁.
경주의 한 절집에서 큰스님이 주신 다기도 삶았습니다.
같은 것들끼리 모아 끓는 물에 10여 분씩 삶아냈지요.
그래야 유약이며 독성들이 좀 빠져나올 것.
잘 말려 들여놓았습니다.
밤, 경기도 설악에서 건너온 안부들.
지난 가을학기 뜨겁게 건축현장에서 같이 보냈던 이들입니다.
함께 일한 시간은 그런 거지요.
이렇게 안부를 묻게 합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고, ‘연대’가 가져오는 진한 감정들...
물꼬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도 그런 것.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잘들 계시는지요.
가끔 바람이 한 번씩 뒤채는데 산이 구르는 것만 같은 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