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23.물날. 맑음

조회 수 716 추천 수 0 2014.05.23 00:20:02


겨우내 잘 썼던 가마솥방 방석들을 꺼내 빨래통에 담그고,

겨울신발들도 털어 물에 부시고,

밀린 다림질도 하고,

가마솥방 윤기내고,

장독 닦고,

바깥수돗가도 훑어주고,

가마솥방 앞 풀도 뽑고,

아이들을 만나고...

달래 무슨 길이 있습니까,

세월호의 참담한 시간들을 건너갈 방법이.


직불제 건으로 마을회관에서 관련 마을사람들 죄 모이고,

차례대로 서류들을 확인하고.

덕분에 들에 나가 서로 얼굴들도 잘 보지 못하다 인사하고.

삶은 계속됩니다...


마을에 작은 갈등 하나.

어디라고 없을까요.

나이든 사람들과 젊은 축의.

그럴 수 있겠다, 그 마음이 안 되는.

좋은 이야기도 그렇지만 나쁜 이야기도 모이면 증폭되기 더 쉬워

상대편을 험담하고 할퀴고.

안타깝습니다.

일단 듣고 다만 움직입니다.

말이란 게 앞뒤가 있겠거니, 태도란 것도 앞뒤 정황이 있겠거니,

일단 자신의 일을 다만 합니다.

그런데, 뜻밖의 경험.

전엔 중재자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도 그런 역을 해낼 수 있다는.


오후에는 자활센터와 대안학교 쪽 여럿이 물꼬에 모였습니다.

“어, 나 선생님 알아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지난 주 콩재배 교육을 받던 도민교육관에서 맨 앞 옆자리였다는데,

제가 뭘 물어보기까지 했다는데,

그리 만나데요.

연대가 힘이지요.

서로 도울 일들을 찾아봅니다.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럴수록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해야지!”

두어 주 뒤부터 진행하려 했던 수행모임이

오늘부터, 뭐 전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주에 한 차례.

일이 되려니 이리 됩니다.

이리라도 옴작거려야 하겠는.

그래야 세월호의 참담한 시간을 지나갈 수 있겠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705 2014. 4.21.달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99
4704 2014. 7. 4.쇠날. 갬 옥영경 2014-07-16 699
4703 2014. 9. 6.흙날. 맑음 옥영경 2014-10-08 699
4702 2014.12.17.물날. 오후 눈 옥영경 2014-12-31 699
4701 2015. 1.16.쇠날. 저녁 비 옥영경 2015-02-13 699
4700 2015. 3.23.달날. 맑음 옥영경 2015-04-24 699
4699 2015. 4.16.나무날. 거친 모래 바람 옥영경 2015-05-13 699
4698 2017.11. 6.달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699
4697 2014. 2. 7.쇠날. 흐리다 저녁부터 눈 옥영경 2014-02-28 700
4696 2014. 4. 4.쇠날. 맑음 옥영경 2014-04-26 700
4695 2014. 8.24.해날. 맑다고 하기 조금 아쉬운 옥영경 2014-09-20 700
4694 2014. 9.17.물날. 비 잠깐의 아침, 그리고 흐림 옥영경 2014-10-15 700
4693 2014.10.31.쇠날. 젖은 아침 옥영경 2014-11-01 700
4692 2014.12.21.해날. 맑으나 가끔 눈 날리고 옥영경 2015-01-03 700
4691 2015. 2. 9.달날. 눈발 잠시 옥영경 2015-03-11 700
4690 2015. 4.11.흙날. 맑음 옥영경 2015-05-12 700
4689 2016. 6.22.물날. 흐림 옥영경 2016-07-16 700
4688 2016. 7.22.쇠날. 맑은 옥영경 2016-08-06 700
4687 2013. 8.14.물날. 맑음 옥영경 2013-09-02 701
4686 2014. 4.17.나무날. 오후 비 옥영경 2014-05-21 7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