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준 책을 읽고 있다는 문자 한 줄.

읽다가 건네준 책을 맛있게 읽고 있다는.

그 말은 네 생각한다는 말의 변주일 것.

사람사이 마음 오가는 일이 별거이겠는지요.

그런 겁니다.


아침, 달골에 할미꽃 하나 옮겨 심습니다.

이렇게 나날을 또 삽니다.

달래 무슨 수가 있겠는지.

열흘이 다 되도록 세월호에서는 아무도 아무도 살아오지 못했고

아직 주검도 다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늘 세월호 수색작업은 마지막 분수령이 될 거라지요.


본관 꽃밭에 나무 사이 묻혀있던 솟대를

운동장의 소도 안으로 옮겼습니다.

구덩이를 파고, 거기 대나무 통을 하나 꽂고

그 사이로 지줏대를 넣고 묻었지요.

비로소 하늘과 땅을 잇는 ‘소도’가 된.

큰 해우소 앞 태양등도 다시 자리 잡아주고.

밖에 나가니 밖에서 보이는 일에 매달리다 들어오는 교무실.

오전이 또 성큼입니다.

밥상을 차리러 나갈 시간.

5월 일정들도 그렇게 빡빡하게 잡혀있습니다.

바깥 수업들까지.

이렇게 살다가는구나,

허망하게 사라질 목숨을 잡고 우리 이리 살다 가는구나 싶은.


오후에는 하늘 흐려지더니

그리 무거워보이지도 않았는데 빗방울 몇 떨어졌습니다.

저녁엔 지역모임 하나를 나가며

돌단풍을 좀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애쓰셨습니다.

참혹한 시절을 건너가도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허망한 사람살이이나 정성스럽게 살아야겠단 생각.

안녕히 주무십시오. 사랑하는 그대들이 그립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984 2017. 8.22.불날. 흐림, 비 조금, 맑음 / 새벽의 이름으로 옥영경 2017-09-28 959
1983 2017. 8.23.물날. 소나기 옥영경 2017-09-28 919
1982 2017. 8.24.불날. 국지성 호우 / 누가 다녀간 걸까 옥영경 2017-09-28 878
1981 2017. 8.25.쇠날. 맑음 / 레베카 솔닛 내한 강연 옥영경 2017-09-28 948
1980 2017. 8.26.흙날. 맑음 옥영경 2017-09-29 901
1979 2017. 8.27.해날. 구름 몇, 그리고 맑음 옥영경 2017-09-29 854
1978 2017. 8.28.달날. 흐림 옥영경 2017-09-29 853
1977 2017. 8.29.불날. 맑음 옥영경 2017-09-29 928
1976 2017. 8.30.물날. 맑기로 옥영경 2017-09-29 878
1975 2017. 8.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7-09-29 928
1974 2017. 9. 1~3.쇠~해날. 맑다 밤비, 그리고 개다 옥영경 2017-10-11 856
1973 2017. 9. 4~6.달~물날. 맑았다가 비 내리고, 사흗날 아침 비와 바람 옥영경 2017-10-14 870
1972 2017. 9. 7.나무날. 맑음, 백로 / 닭장 철거 옥영경 2017-10-17 896
1971 2017. 9. 8.쇠날. 맑음 / 집짓기모임 옥영경 2017-10-17 877
1970 2017. 9. 9.흙날. 약간 흐림 옥영경 2017-10-18 936
1969 2017. 9.10~11.해~달날. 밤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비 옥영경 2017-10-19 889
1968 2017. 9.12~13.불~물날. 달빛 좋은 밤들 옥영경 2017-10-19 859
1967 2017. 9.14~15.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17-10-19 870
1966 2017. 9.16~17.흙~해날. 살짝 비 흩뿌린 밤 옥영경 2017-10-19 965
1965 2017. 9.18.달날. 바람 차고 살포시 흐린 옥영경 2017-10-21 85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