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라 부르기 무색한 창대비.
고사리 꺾으러 들어가기로 했던 날입니다.
하지만 비에 되려 꺾였네요.
이맘때 아이들과 학교 둘레 기슭을 헤집거나,
마을 할머니들과 날 받아 같이 오르거나 하는 산나물 철.
올해는 날만 흘러가고 고사리 얼굴도 못 보다가
마침 이웃마을에서 당신 산이 온통 고사리 밭이라 하기
하루 손 보태고 얻어도 오기로 했던.
다른 날을 기약하고.
그런데, 잠시 들린 또 다른 이웃네집,
바로 곁의 둔태기산이 온통 고사리라고.
여기 아니면 저기서 일이 되는.
비 조금씩 추적이라는데 나서지요.
금세 한 아름.
좇아와 당장 데쳐 넙니다.
이리하야 올 봄에도 고사리 뜯었다는.
이틀의 산오름을 마치고 남은, 산너머에서 온 산삼과 백작약과 참당귀를
달골 마당 귀퉁이에 심었습니다.
세신도.
뭔가를 옮기자 하면 그것이 처음 살았던 조건을 잘 살펴야 하는 바
이곳은 뒤집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마사질이라
어째 잘 커나갈 수 있을는지 걱정은 하면서도
자주 들여다보며 키워보자 합니다.
물꼬의 한뙈기 밭에선
옥수수도 마늘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무정한 산천처럼 커가는 것도 그러합니다.
"잘 키웠데... 뭘 줬어? 비료도 안주잖아!"
어르신들 지나시며 한 마디씩.
농약 없이 비료 없이 여태 짓고, 아직도 그리 키우고 있는 물꼬 밭을 보며
조금만 실해도 감탄을 던지시는.
돈사자고 하는 일 아니니 이만만 하면 되었다,
오가는 아이들 주전부리거리만 돼도 되지,
딱 그렇게 짓는 농사.
지난밤부터 밤새 내리고 잠시 주춤하다가는
오다가다하더니 밤에 또 뿌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