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10.흙날. 맑음

조회 수 689 추천 수 0 2014.06.04 09:58:27


농구대와 나무 사이 땅 속에 두더지가 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농사짓는 땅이야 아니라 걱정 덜하지만

세가 자꾸 넓어지는 두더지의 땅.

보이지 않는 세계에도 끊임없이 존재들의 움직임이 있는 거지요.


사람들의 주전부리거리를 챙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간송문화전.

오랫동안 산오름과 문화 공부를 함께 해온 이들에 얹혀

함께 공부 나섰지요.

문화로 나라를 지켜낸, 이라고 표현되는 간송.

그의 삶과 그가 지켜낸 작품들 속을 유영하며

시대와 시대 사이를 노닐었습니다.

같은 구역에 있는, 잠시 한 형님의 한의원에서 침도 좀.

어깨앓이를 오래 하던 참이라.


그리고, 서울역에서 ‘섬’모임

중고생과 대학생 일반이 같이 앉아 책을 매개로 얘기를 나눕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

오늘 우리가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세대의 차를 가진 이들이 함께 앉아 나눌 것인가,

감동, 그 말의 질감 그대로.

우리의 첫 모임을 왜 이 책으로 시작했는가로 귀결된.

열두 살 류옥하다 선수가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던 때

<우리와 다음>(격월간/환경정의시민연대) 2009년 5, 6월호에 서평(느낌글에 가까운)을 실으며

잡지와 인터넷매체에 글을 싣기 시작한 계기가 됐던 책.

대략 훑고 아이에게 권했던 어미는 정작 이제야 정독을 한.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생산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전 세계적 식량 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연 제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전쟁, 정치권력의 부패,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 등으로

굶주리는 이들이 오히려 늘어

남반구는 기아 희생자들의 피라미드가 쌓이고

북반구는 다국적 금융자본과 그 과두제가 부를 쌓아가고...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p.169)

하지만 이런 기아에 대한 범세계적 투쟁이 어려운 것은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그럼, 신자유주의란 또 무엇이더란 말인가요.

기아에 대한 지글러의 고민은 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 자기가 속해 있는 작은 우주에 대한 질문 자체’.

그리고 저마다 자기 나름의 질문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해제.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라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마따나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에 행복의 영토는 없다. 우리는 인류의 6분의1을 파멸로 몰아넣는 세계질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지구에서 속히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면 누가 인간성, 인정을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인류로부터 배제되고 남모르게 파멸해가고 있는 이런 “고통스런 분파”(파블로 네루다)는 다시 인류 속으로 편입되어야 한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p.170-171)


그러므로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 지구적인 민간단체에 있다.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그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만이 ‘워싱턴 합의’와 인권 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기아와의 투쟁은 이런 끝낼 수 있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p.182-183)



자, 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그리고, 어찌 계속 할 것인가...

그렇게 물었던, 그리고 의지를 세운 시간.

다음 모임은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고미숙/그린비)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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