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는 산마을, 산 아래 앉았습니다.

개구리소리 넘치는 밤.

멀리 짐승 우짖는 소리.

평화롭습니다.

서해에 가라앉은 배에선 아직 아무 소식 없지만.


아침 9시를 지날 무렵

빗방울이 지붕을 때리기 시작했더랬지요.

몇 방울의 비가 종일 걸쳐 후두둑거렸고,

오랜만에 꼼짝 않고 학교에서 뒹군.

때로 잠에 겨워도 하고.

그러다 잠시 소나무 아래 가서 풀도 좀 뽑았답니다.


멀리 나주에 가 있는 선배 하나,

배를 보내준다는 소식.

언제 어느 곳에서고 물꼬를 생각해주는 사람들.

하여 우리는 아직 굶어죽지 않고 있습니다, 하하.


오전, 반가운 문자, 학부모의.

아이들 어릴 적 물꼬 상설학교 시절 입학을 문의하기도 했던.

그 아이들 이제 자라 대학생이고 고교생이고.

섬모임 오시겠다는.

시간이 들고 긴 세월 지나 그렇게 함께 책을 끼고 만나는.

기쁘고 고맙습니다.


상담. 곧 위탁교육을 올 아이.

7학년 그 아이, 학교 교사 욕을 쓰고, 그게 소문이 나고,

교사들의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합니다, 내일.

나랏님 욕인들 못할까요.

심하긴 했어도 징계위원회까지야...

약간의 천재성을 가진 그 아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향한 할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잦긴 해도

부모가 아주 자상하게 살피는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합니다.


요새 한 벗과 오가는 소식이 좋습니다.

세월호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누구라고 그렇지 않았을까요.

위로가 됩디다.

오랜만에 책을 공유하며 오가는 메일.

가까운 벗들이 먼 나라로 혹은 세상을 떠나고

비어있던 자리로 뜻밖에 처마 아래 날아든 새 같은.


‘...

레베카 솔닛 책은 처음입니다.

그의 글 몇 줄(기사)은 읽은 적 있고, 이름은 아는 작가.

읽고 나면 얘기 전하기로.

<걷기의 역사>도 그때 빌려보기로.


참,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도 보시면 좋을 듯.

소문 무성한.

레베카 솔닛의 글들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하지만, 참고로 저도 아직 읽어보진 않은. 소문만 들은. 서평만 본.


<인디언의 영혼>은 오히예사, <인디언의 복음>은 시튼.

뭐 시튼과 오히예사는 서로 깊이 교류하기도 했으니.

<인디언의 영혼>을 들춰보려고 물꼬 책방에서 찾는데,

아, 찾으면 안 보여요.

오래전에 읽은.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는 도서관 신간 책장에서 서서 훑고 빌려와 아이에게 권한 책.

아이는 그걸로 이태 전이던가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썼더군요.

아, 그 아이 9학년까지 홈스쿨링 하다가 10학년(고1)이 되면서 제도학교로 전향.

공부하기에 학교만큼 좋은 곳은 없다네요.

고3까지 무사히 다녀볼 참인듯.

공부도 1~2등 해주고 있음.

학교 가더니 부모 귀한 줄 아는.

음악이며 그림이며 책이며 글쓰기며,

자기가 얼마나 괜찮은 안내자를 가지고 있었던가를 새삼 안다나 어쩐대나.


여여하시리라.

산마을의 날들은 부엌의 부지깽이도 앞세워 들로 가야 하는.’


그리고 또 한통의 메일에 답장.

한 분이 당신의 생에 만났던 인상 깊은 몇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낸다는데,

물꼬 이야기를 좀 더 들려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달포가 훌쩍 지나가버린.

‘세상에! 남의 일이라고 이리...’

부랴부랴 몇 자.


아, 이제 좀 힘을 내고 서해에 가라앉은 배를 따라가던 마음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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