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5일, 2005학년도 신입생 3차 전형-면담

조회 수 1349 추천 수 0 2004.12.22 23:13:00

12월 14-5일, 2005학년도 신입생 3차 전형-면담

원서가 스물 네 부가 들어왔습니다.
60에서 24까지로 정리된 게지요.
학교 안내하는 날을 거치며 스스로 안되겠다 한 이들이 접고
물꼬의 입학절차 방식대로
물꼬가 가려뽑는 게 아니라
물꼬가 드러내는 한계를 보고 그래도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이 낸
서류들입니다.

물꼬에게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무릎을 한 번 꿇었는가,
얼마나 물꼬를 이해하고 있는가,
공동체적 삶에 대해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
아이에게 물꼬라는 공간이 얼마나 절박한가,
그리고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 대해 대전환을 할 용기를 가졌는가,
그런 물음들을 놓고
물꼬에 들어오는데 무엇이 걸림돌인지를 확인했더랍니다.
재수 삼수도 하겠다는 가정에서부터
도저히 면담에서 제외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가정을 설득하는 과정들이 있었지요.
(아, 올해도 예외 없이 입학금으로 기백만원을 내놓겠다,
달마다 60만원씩 내겠다는 이들이 있습디다.
그러나 그게 입학을 위한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없다마다요.
물꼬가 굶어죽을 처지에 있지 않는 한 말입니다.)

이리하야 네 가정이 네 아이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면담까지 온 가정들은 운이 좋았더라지요.
사실 이미 입학생으로 유력했던 세 가정이 있었거든요.
두 딸이 들어오기만 하면 '이 한 몸 다 바쳐' 모든 것을 함께 하겠다는
노동자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원서가 닿지 않아
지지전화라도 해야지 않나 하고 연락드렸더니
포기하고 계셨지요.
학교 안내하는 날 다른 부모님들의 열정과 학구적인 분위기에
그만 주눅(?)이 든 듯도 했고
물꼬에서 설명에 소홀했던 부분이 걸리기도 했던 듯합니다.
이미 이 정도까지(12년의 아이 삶을 맡기겠다는 각오) 왔으면 알고 계시려니 하고
잘 말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계절학교조차도 전혀 돈을 내지 않고 보낼 수 있는 길에 대해서,
아주 작은 돈도 자신의 이름으로 후원하거나
까무러칠 정도로 많은 것도 이름없이 낼 수 있는 자유로움에 대해서
말씀 드리지 못했더라지요.
계절학교 참가비만 놓고 보면 적지 않는 돈인데,
실제 돈 내지 못하고 오는 녀석들이 적지 않건만,
지레 맘을 접으셨던 겁니다.
잘 말씀 드린 후
아이들과 계절학교나 방문을 통해 연을 갖고
다시 뵙자 하였지요.

또 한 아이는 어미 아비로부터 버림을 받은 아이입니다.
고모의 정성으로 계절학교를 온 경험이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합니다.
마침 공동체에서 입양을 할 계획도 있어
그를 받아들이자 하는데
문제는 학교에 내려왔던 그 아이 멀리 저 먼저 와서 예 산다 하니
(앞으로야 물꼬를 언덕처럼 기대며 그 댁 식구들 다 내려오려 하는데),
자기가 다시 버려질까 자지러졌다지요.
머잖아 함께 살자 합니다.

나머지 한 가정은 볼 것 없이 당장 귀농한다 하니
오십사 하고 있었더라지요.
예 와서 사는데 입학절차고 뭐고가 어딨겠는지요.
이 마을에 사는데 이 마을 학교를 다니는 거야 말이 필요 없는 거니까.
그런데 아내를 설득하는데 그만 실패해버리셨답니다.

그리하야 네 가정 여덟 부모님과 마주앉아 면담을 했더랍니다.
다른 부모님들이 부엌일과 바깥일을 도우며
공동체 식구들 틈에서 움직이고 눈을 맞추는 동안
차례가 된 부모님이랑 난로를 끼고 앉았습니다.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확인하고
저 가슴 밑바닥의 이야기까지 다 끄집어내며
내가 어찌 살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울기도 하고 더러 넘치는 웃음으로 배를 움켜쥐며
좋은 연으로 만날 수 있기를,
'다르게 욕망'하는 내 삶의 대전환을,
서로 바래보았답니다.
아, 아직 남아있는 절차요?
계절학교에서 입학할 아이들이 같이 어우러져보는 것,
2004학년도 학부모들인 밥알 식구들과 하는 사흘 들살이가
앞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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