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요란도 한. 천둥 번개.


학교에선 열심히 풀을 뽑는 아침,

서울에선 조찬회동이 있었습니다.

어제 섬모임에서 이장 역을 맡고 있는 아리샘이

전교조 임시대의원회의로 일어났던 통에

바깥에 있는 품앗이샘들과 학교 식구들이 할 논의들이

오늘 아침으로 밀린 것.

여름 일정들도 세밀하게 공유해야 하고.

7월 섬모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일랜드 연수 기간 샘들은 어떻게 물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

계자 일정, 청소년계자 일정은 어떻게 꾸릴 것인가...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

사전등록확인증까지 들고도 끝내 못 갔습니다.

어쩌면 그런 자리라도 기웃거리며

변방에서 활자를 던지고 사는 삶에서 다시 책의 세계로 귀환하고팠는지도.

노는 게 제일 힘든 일이라나,

어제 섬모임 끝내고 책방을 중심으로 밤새 얘기들을 나누고는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늦은 밤에야 겨우 하행 고속도로에 차 올렸더라지요.


지리산에서 키운 우리밀을 파는 일을 몇 해 맡아오던 이가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선한 일에 동참하는 일이 쉽지 않다,

더 이상 그 선함에 기대 밀고 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

‘그 모든 것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들 하지만,

그 말들이 진심이겠지만,

그 말들과 별개로 나의 마음은 책임져야 한다는 쪽으로 진작부터 기울어 있었다.

아직 판매를 하고 있는 상태지만 나의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 방식을 그래도 옮겨 물꼬로 치환하면 이런 식이 아니겠는지.

‘사실 나는 더 이상 물꼬의 선함에 기대 살아가는 일이 싫다.

지나치게 낮은, 혹은 없는 대가를 계속 품앗이일꾼들에게 안기는 것도 싫다.

그들의 이해와 고통 분담도 싫다.

언제까지 그런 것을 에너지로 이 짓을 할 수는 없다.

이익이란 게 사람 하나 일 값을 주지도 못하는 현실,

그래도 이 일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고 내 스스로 그것을 아편 삼아 이 일들을 진행해 왔지만

나는 더 이상 아편으로 살아갈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짓들’이

이곳의 모이는 이들에게 많은 기여를 하지는 않았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2014년 6월 마지막 날,

쉰 두 해를 산 남자의 소리라 지나치게 비관적인 관점일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그렇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다르잖은.

하지만 분명한 건, 그래도 아직은 물꼬가 있고

우리는 그 물꼬를 중심으로 아직은 모일 것이라는 사실!

다시 반전! 데워지는 마음...

그러고 보니 ‘그렇다’고 말하고도 아직은 ‘그렇지 않은’, 거군요.

여름날들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 6월 빈들모임도 있고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시를 읽는 밤도 있고,

아일랜드 연수 한 달도 있고,

그리고 계자들이 있습니다.

걷습니다, 또 혹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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