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23.달날. 소나기

조회 수 720 추천 수 0 2014.07.10 09:53:44


수업이 안에 없는 날이어도

일단 학교에 들어서는 시간은 늦지 않도록.

그런 긴장이 일상을 견지하는 방법 하나라고,

무너진 고향을 누가 지키던가,

산을 누가 지켜내던가요.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더라는 그 우직함으로

날마다 조금씩 걷는 견고함으로 하루하루 살기.

이른 아침 밭에 나가 풀을 좀 뽑고,

들어와서는 글을 쓰고 원고를 보내고.


올해 6월 빈들은 세 해째 이르러서야 좀 원활해지는 양.

이생진 선생님을 모시고 하는 행사 말이지요.

그 첫 해는 독일과 스웨덴을 다녀오는 일로

도착하자마자 다음날인가 빈들을 치러야했고,

더구나 운동장이며 풀이 잡히지 않은 상태로

사람들이 들어선 뒤 민망함을 누르며 했던.

그렇다고 지난해라고 별반 낫지도 않은.

달골 뒤란 일로 여러 날 공사하고

그걸 또 어찌 수습하느라 대나무를 패오고 심기도 하고.

상주하는 이의 손이 원활하지 못하면

손 보태러 들어온 이들 또한 얼마나 종종거리게 되던지.

늘 선생들 너무 고생시킵니다.

계자만 해도 충분하지요,

이런 일정에는 좀 와서 누릴 수 있게 하자,

그래서 이번 빈들 준비는 미리미리 일 많이많이 해놓기.

밖에서는 연일 풀과 씨름하고

안에서는 보이는, 눈에 걸리는 일들을 치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밤에 유화작업도 좀.


팩스와 프린터기가 합쳐진 복합기가 망가져

행사 전에 고쳐오자 하고 대전 시내에 들고 갔습니다.

산골 살면 의료기관처럼 이런 게 이토록 일이 되지요.

그래도 그거 다 감수하고도 얼마든지 배가 넘는 기쁨이다마다요, 산골살이.

오는 길에 읍내 어르신 하나가 보자셔서 들리기도.

“옥선생은 멀리 있으니 모르잖아, 나는 여기 있으니까...”

시골학교라 검정고시출신 아이의 등장에서부터 이미 화젯거리,

“아이들이고 선생님들이고 심지어 학부모들까지 초미의 관심”이 되어있다는데,

아이가 그걸 또 즐긴다나,

문제는 혹여 그것에 짓눌리지 않을까 걱정.

아이를 오래 아껴주신 분이지요.

“기도 많이 해야 되겠더라.”

그래야겠지요.

어느 아이에겐들 우리가 그러지 않겠는지.

“그런데요, 어째요, 그것도 지 몫이겄지요.”

열여섯, 그 정도 나이 들었으면 제 몫 지고 가려니.

저마다 삶의 몫들 있을지니.


이웃마을 나이든 청년 하나 건너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나이가 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이렇게 시작하는 말 많이들 하지요.

한 소설의 구절;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모든 게 간단하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면 그만이니까.

마찬가지로 누가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해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생각하면 그만

자신이 잘못한 거라면 고쳐야겠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잘못해서라기보다 싫어서 뭐라고 하는 게 대부분.

일도 그럴 때가 흔합니다.

원래 그렇다, 라고 하고 가면 편습니다.

원래 그런 것들이에요, 사람이고 일이고.

허니 그냥 안고 가는 겁니다요.

가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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