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바깥수업을 다 건너뛰기로 합니다.
하나하나 빈들모임을 준비하려지요.
이번 학기 수업들은 다음 주에 갈무리 하는 걸로.
시인 이생진 선생님이 오시는 6월 빈들은
이제 일종의 집 구경 하는 날(오픈하우스?)이 되고 있습니다,
바깥사람들에게 물꼬를 공개하고,
사람들이 하루 와서 놀며 물꼬를 이해하고 나아가 지지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는.
빨래 삶아내는 솥단지가 불 위에서 종일 바빴습니다,
앞치마며 행주며 개수대 앞에들 놓였던 마른걸레들이며.
풀도 정리를 좀 했지요.
소사아저씨한테 다 맡길 일은 아닌.
갈수록 당신도 힘이 달리고.
바깥수돗가 둘레와 그 뒤란 풀을 뽑고,
고래방 뒤란 효소 장독대도 풀 걷어내고 독을 닦고 벽을 쓸어내고.
밤에는 재봉질.
이생진 선생님 오실 때마다 묵으시는 달골 햇발동 바람방은
2층 방들 가운데 유일하게 커튼이 없었지요,
호도와 감으로 물들인 천으로 스크린을 단 다른 방들과 달리.
해야지 하고는 또 지나고,
선생님 오신 그제야 아이고 또 못하고 지나는구나,
그러다 이번에는 그예 하기로.
물들이는 건 포기하고 적절한 천을 찾아 간단하게 만들어달기로.
아, 드디어 달았습니다.
보람, 별게 아닐 것.
나날을 잘 사는 일 아니겠는지.
읍내장날이었습니다.
발과 모기를 좇아줄 허브 몇 들여오지요.
바삐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서 소사아저씨와 부산으로 동행할 친지들의 방문이 선걸음에 있게 된 바.
소사아저씨는 오늘내일 부재하십니다.
지난한 법정 싸움을 하나 진행하고 계셨더랬지요.
사람이 그냥 서로 좋기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마다요.
좋은 사람이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이권이 개입하면 드러나는 거지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착하디 착하다고 했던 이도,
결국 일가친척 다 소용없어지는 겁니다.
사람이 그런 거지요, 우리 존재가 그러합니다, 누구랄 것 없이.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고,
그저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않도록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녁이 내리는 마당.
모든 걸 놓고 가장자리 의자에 책상다리로 앉기.
평화의 시간.
마침 이주욱 교수님의 전화.
이틀 동안 일 몰아 다 하고
학생들과 함께 내일과 모레 와서 손 보탤 수 있게 되었다는.
더하여 멀리서 최근 자주 좋은 책벗이 되어주는 선배와,
고개 너머 나무 다루는 벗과, 소식을 오갔네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좀 맞기도 해보는.
마음 포실한 초여름 저녁 한 때.
물꼬로 오는 이들은 거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물꼬가 있어서 고맙고, 물꼬가 있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한편, 물꼬 같은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 정말 중요한 일 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들.
그런데, 이곳이 정녕 그만큼 중요한 일을 했을까요,
정말 그렇게나 중차대한 삶의 안내자가 되었을까요.
어떤 ‘그것’ 없이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은 때에도
생은 얼마든지 굴러가지 않던가요.
그것도 너무 잘.
하여 누구의 말대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스스로 중요할 뿐.
그렇더라도! 또 다른 의미 있는 활동을 또 이 여름에,
이왕이면 새로운 무엇을 생각하는 여름을 맞을 것입니다.
여전히 물꼬의 날들은 재밌으니까.
또, 의미 있으니까,
무엇보다 할 만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