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26.나무날. 흐려가다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4.07.10 10:02:44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소나기와 천둥과 번개로 수선스럽다했으나,

비가 올 것도 같다 했으나.

아침부터 짱짱한 하늘.

고마웠습니다.


이번 주는 안팎이 다 수업이 없습니다.

학기 갈무리는 다음 주에 다.

충남대 사대 이틀째.

6월 빈들을 같이 준비하러들 들어왔습니다.

아침, 달골 창고동 청소.

여태 단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았지 싶은

모서리 공간의 구석방 지붕까지 닦은.

그리고 햇발동 각 방 이불들 털고 각 잡아 개고.

밥을 하면 처자들이 설거지를,

이주욱 교수님은 운동장 풀을 마저 깎고,

남자샘들은 뒤란 흩어진 땔나무 부스러기들 정리.

“으윽, 뱀이다!”

뒤란에서 잡은 새끼 뱀을 들고 나타난 지운샘.

개구쟁이 산골 소년처럼.

아이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호기심들이었을꼬.

뒤란에 널부러졌던 천막과 비닐을 끌어내와

씻고 밀고 털고 말리고.

그리고 여자샘들은 장독을 윤기 나도록 닦았더랍니다.


오후, 빈들모임에 함께 할 쉰 여명의 사람들을 위한 장보기.

이즈음의 음식이라면 비빔밥이 만만하지, 그리 내기로 합니다.

나간 걸음에, 이제는 홀로 공부하던 산골 삶을 떠나 고교생이 되어 기숙사에 있는

류옥하다 얼굴도 한번 들여다보고,

그 아이 없는 너무나 아쉬운 산골살이,

한편 정말 이제야 에미가 독립하는구나 하는 긍정도.

현수막도 하나 챙겨오지요,

이생진 선생님 맞이 기념으로.

결국 광목 위에 직접 쓰는 시간을 벌기로.

그냥 간판집에 맡긴 것.


선배의 글 하나 닿았습니다.

어쩌면 이리 나아가라, 그런 안내지를 보내고 싶었는지도.

애정이겠거니.

관심이겠거니.

그리고 조언이겠거니.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이다. 힘없는 정의는 반격을 받는데, 왜냐하면 항상 사악한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 없는 힘은 비난을 받는다. 따라서 정의와 힘을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것이 강해지거나 강한 것이 정당해져야 한다.”

(데리다, <법의 힘> 이현우 로쟈의 인문학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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