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20.물날. 나흘째 비

조회 수 689 추천 수 0 2014.09.20 20:40:15

 

질깁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왔던 것 같은 비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열무김치를 담습니다.

올 여름 처음 담는 열무.

이렇게 한동안 쏟아지는 열무는

김치로 국수로 비빔밥으로 전으로 먹힐 것입니다.

사람 일이 어찌해도 저들은 저들끼리

그리 나고 자라고 그리고 사라질 테지요.

 

아직 길을 나서지 못했습니다.

교무실에서 계자 후속 작업들.

생태기행 나흘 일정 가운데 첫날.

내일 합류하려고.

덕분에 휴가를 떠나며 들렀던 선배도 물꼬에서 내리 묵고 계시는군요.

 

오늘 화제의 하나는 오래전의 영화 잉마르 베르히만의 <산딸기>.

여든 살 앞둔 의사 이삭 보리가 명예학위를 받으러 가는 하루 여정.

저명하지만, 사랑과 가족관계에서 불행했던 그는

그것이 자신의 무관심과 이기심 탓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살다가 문득 왜 사는가 싶은 거지.”

나이든 이들의 인문학 열풍도 그런 것 아닐까 싶은.

지적허영도 한 몫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불행할 때 인간은 과거를 그리워하지.”

뭐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그런데, 우린 그때로 돌아갈 수가 없지요.

인간에겐 앞만 있습니다.

가는 길만 있는 거지요..

“그래서, 삶의 의미가 무엇이래?”

삶은 무엇이니이까.

영화는 말합니다.

“타자에 대한 관심 이해 용서가 바로 우리 삶이 갖는 중대한 의미 아니겠어?”

결국 사랑이겠지요.

인간의 가장 위대한 영역.

인간이 그나마 멸망하지 않고 이 지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까닭 말입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8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94
6577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91
6576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89
6575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86
6574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70
6573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67
6572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66
6571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64
6570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47
6569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245
6568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37
6567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236
6566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32
6565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231
6564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231
6563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228
6562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25
6561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220
6560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218
6559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