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13.흙날. 맑음

조회 수 811 추천 수 0 2014.10.08 06:45:12


20년 넘게 우이령을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이령 생태조사에 나선 그들과 함께

맨발로 우이령 길을 걷고 왔습니다.


이른 아침 김치김밥을 쌌지요, 물꼬 김밥.

그런데, 지독하게 걸으며 올라간 산에서 세상에 둘도 없이 맛난 우리들의 김밥이

서울 언저리 야트막한 산에서도 가치를 지닐지.


불광역에 모여 버스로 이동, 양주 쪽 들머리에서 우이령에 들어섰습니다.

계곡에 내려가 개구리와 물두꺼비도 만나고,

등골나물과 뚝갈과 미역취와 오이풀과 구절초와 벌개미취와

개옻나무와 누리장나무와 쪽동백과 붉나무와 땅비싸리와 족제비싸리와 인사하고,

졸참 신갈 산벚나무 소나무 작살나무들 사이를 지나 점심을 먹었지요.

왼쪽으로 산 꼭대기 오봉이 온전히 나타나 탄성을 잦게 했고,

좀 더 걷다 오봉 전망대에서 사진도 하나.


우이령은 한국전쟁 전에는 서울 우이동과 양주군 장흥 주민이 다니던 고갯길.

전쟁을 거치며 군사 작전도로로 이용되다가

1968년 김신조 침투사건 이후 안보문제로 일반인들의 출입 전면 금지된 뒤

이 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두 생태권의 동·식물 이동통로로 쓰이며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안정적인 산림생태지역으로 변해 갔다지요.

그런데 1994년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양주군은

우이령 흙길을 왕복 2차선 도로로 확포장하는 공사를 발표합니다.

대한산악연맹과 한국산악회를 중심으로 확포장을 반대하는 연대위가 결성되고

그해 4월 7,000여 명이 제1회 우이령길 걷기에 동참하며

결국 확포장은 백지로 돌아가지요.


승리의 경험은 중요합니다.

특수교육에서 장애아가 갖는 성취의 경험처럼 말이지요.

하기야 꼭 우리 아이들만 그렇겠는지요. 누구라도!

동강댐 백지화도 그렇고 이미 발표하고 진행한 일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경험은

환경운동사 뿐만이 아니라 시민운동사에도 큰 맥이 되었던.


고개 정점인 우이령에 닿자 콘크리트 구조물인 탱크저지선이

아직도 휴전의 나라에서 두 눈 뜨고 있더군요.

길이 끝나는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하산주도 기울였더라는.

문득, 물꼬도 그만큼의 세월을 걸어왔구. 돌아봐집디다려.


학교에서는 무를 솎았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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