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29.달날. 비

조회 수 692 추천 수 0 2014.10.24 09:05:17



사물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마음에 읽히는 것.

일찍이 박지원이 물을 보며 읊었던 마음을 교과서에서 읽던 청소년기부터

깊이 새겨지던 의미였습니다.

계절도 그렇겠지요.

내 우울이 가을에 닿으면 그 가을이 우중충할 테고

내 기쁨이 닿는 가을이라면 빛나고 또 빛나는 빛깔일지라...


잠시 방문한 이와 새벽 오도록 얘기를 나누느라,

또 그 새벽에 보내느라 아침에야 눈 잠깐 부친 하루.

피로를 좀 털고 바깥 수업을 하고 돌아왔더니

솎아 둔 무가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김치를 담갔지요.

열무김치 같이 말입니다.


저녁엔 이장님댁에 건너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고춧가루가 바닥이 나기도 해서

햇것 나오기 전 묵은 거 좀 나눠달라 말 넣고는.

김장 걱정도 덜고 왔지요.

안나푸르나에서 11월을 다 보내고 오면

12월 들어서며 김장부터 챙겨얄 겝니다.

올해부터는 아이 외할머니께 걸음하지 말라 말씀드렸던지라

당장 일이 걱정 좀 되었던 터.

“뭘 걱정햐아. 그때면(12월 첫 주) 다른 집들 다 끝난 땐데 언제라도 해도 되지.”

쉬 손 줄 이들 많으니 염려 말고 있으라셨습니다.

이렇게 또 고민을 덜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고맙습니다.


10월 빈들모임으로 전주를 걷자고 하니

자연 동학농민혁명에 꽂혀있는 요즘이지요.

오늘은 벗이 자료 몇 개를 보내왔습니다.

5.18이 그러했듯, 하기야 한국전쟁도 그렇군요,

한 서린 참요(讖謠)만을 남기고 역사 속에 묻혀버린 동학농민혁명 역시

부르는 사람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이 또 그것입니다.

폭도로 규정한 제국주의 사고에서 불리던 ‘동학난’이라는 이름이야 이제 걷혔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이름인 역사,

‘갑오항쟁’ ‘갑오농민전쟁’, ‘동학혁명’, ‘1894’, ‘갑오동학농민혁명’...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견이 없는 것은

그것이 한국근현대사와 민중해방운동사에 우뚝 솟은 봉우리라는 것.

김종철 선생은 전봉준의 정치사상을

‘됴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모두의 영감을 자극하는 사상적 원점이라던가요.

‘전봉준 장군의 통치체제구상의 핵심은, 지방은(실제 동학혁명 당시 전라도에서 광범하게 시행된 것과 같은) ‘집강소’ 체제에 의한 철저한 자치, 그리고 중앙은 ‘합의정치’에 의한 독재의 배제였다.’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평등사상이야 말하면 아픈 입일 테고,

이 ‘합의정치’ 개념은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런 새로운 통치체제 구상이 어떤 외래 사상에서 빌려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신이 그 충실한 일원이었던 유교사회의 민본주의 이념과 부패한 정치현실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서, 또 무엇보다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통해서 획득한 예지의 산물이었다.’

오늘 이 나라는 어떠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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