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3.~14.달~불날. 맑음

조회 수 691 추천 수 0 2014.10.31 23:30:50


바람이 가을을 무르익게 하는군요,

한 벗의 글월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남도는 태풍이 지나고 있다 합니다.


안나푸르나 오르는 일정이 왔습니다.

그런데 열어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네팔로 향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아마도 한참을, 그러니까 마지막 주에나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빈들모임까지 끝나야.

네, 팔, 두 글자나 읽고 나갈 수나 있을지.


연탄을 들였습니다.

남은 게 있어 이천 장만.

고추장집과 된장집 난방으로,

그리고 가마솥방과 책방과 교무실 난로에 쓰일 것들입니다.

해마다 10월이면, 대개는 빈들모임에서

사람들이 된장집 뒤란에 연탄 올리는 일을 합니다.

올해는 10월 빈들이 바깥에서 있는 데다

사람들과 날을 받기 쉽잖아 결국 올리는 일은

상주하는 사람들 몫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틈틈이 해얄 테지요.


가까운 곳에 부임해계시는 고교 때의 은사님은

거의 주마다 안부를 물어 오시는데,

가을학기엔 뵙자던 것이 10월 한가운데 이르렀습니다.

뭘 전하실 게 있다는데도 이제야.

학생들이 누구냐 물었습니다.

제자...

그들도 언젠가 이렇게 선생님을 뵈러 가겠지요.

깊은 연들입니다.

얼굴이 좋아보인다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안쓰러워보이지 않아.

어르신들게 그만한 인사가 있을까 싶은.

“예쁘게 늙어간다.”

그 또한 다행한.

물꼬를 다녀가시고 공간을 꼼꼼히 보신 뒤로

그렇게 필요하겠다 싶은 걸 챙겨두었다 전하시지요.

학교 다닐 땐 그때대로 또한 그러셨는데,

이적지 그러신.

한번 동생은 죽을 때까지 동생, 한번 제자 역시 끝날까지 제자.

제게 아이들이 또한 그럴 테지요.


흙집을 손볼 곳이 있는데,

지난 겨울 손도 못대고 날이 풀리길 기다렸더니만

다시 날 춥기 전 그 일을 해주마던 이가

아무래도 어렵겠단 연락이 오고 며칠.

어쩌나 고민이 깊더니 생각 오래이면 답도 나오게 되는.

밤, 이웃마을 한 벗이 생각나 말을 넣었던 것.

곧 현장을 보고 네팔 떠나기 전 어찌 해보자는.

일이야 되면 좋겠지만, 그리 아니 되어도 마음 내주어 고마운.


기온 뚝 떨어졌습니다.

14일 아침 일부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리기도.

가을은 자주 ‘덧없다’를 상기시킵니다.

그래서 오늘에 더 집중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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