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9~30.나무~쇠날. 눈 날리다

조회 수 741 추천 수 0 2015.02.26 11:17:38


아희야, 물었느냐, 왜 네가 참아야 하냐고?

왜냐면 힘이 세니까.

근데, 왜 참아야 하냐고?

힘이 센 쪽에서 숙이면 아량이다.

겸손이기도 하지.

그런데, 힘이 약한 쪽에서 숙이면 비굴이 된다.

비굴하게 무릎 꿇고 나면 이를 갈며 훗날을 기약하다

마침내 힘을 가지게 됐을 때 성난 얼굴을 드러내며 문다.

있는 놈이 나누는 게 맞지.

그러면 그도 내 편이 되어서 비로소 내 힘도 강해지지.

평화를 위해서도 그래야지 않겠느뇨.

그게 힘센 네가 너그러워야 하는 까닭이다.


중국황실다례를 가르쳐주셨던 스님이 입적하셨다는 소식.

아이들에게도 잘 가르치라

치파오며 보이차며 스물도 넘는 다기 상자를 마련해주기도 하셨더랬다.

오래 앓아 오시다 중환자실 갔단 소식을 받고도

31일 자유학기제 기획서 마감해놓고 거기부터 달려가리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떠 나 셨 다.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들을 전하는 일도 그런 것 아닐지.

오랜 구직의 시간을 지나 근근이 입사를 하고

이제 논두렁으로 후원회비를 보낼 수 있겠노라는 안부 전화가 들어오고,

선배로부터 귀한 책을 선물 받았다.

아무래도 보고가야겠다고

낼모레 아이들, 이라고 하지만 결혼한 이가 있기도, 다녀간다는 소식도 닿았다.

모두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찾아와 그리웠다 하는데,

앉아서 그 인사를 다 받고 사는데,

나는 가지 못하고 사람을 보냈다...

훨훨 편히 가시라.


간밤부터 날리던 눈이 짙게 짙게 내리는 이튿날이었다.

마당과 지붕에 앉던 눈은

소나무에도 살구나무에도 돌계단에도 긴의자에도 그네에도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날은 말갛게 찼다.

소사아저씨는 눈을 치우며 마당을 건너가고 계셨다.


자유학기제 기획서 하나가 내일 마감.

덕분에 국내 웬만한 자료들을 다 훑었던 모양이다.

선정샘이며 기락샘이며 은사님이며 여러 중학교의 동료들이 자료를 보태왔다.

늘 사는 일이 고마운 이들의 그늘이다.

자신은 그러한가를 묻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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