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12.나무날. 바람 찬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5.03.13 11:11:18


위탁교육 닷새째.

오늘은 종일 이웃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해건지기를 끝낸다. 그래도 티베트대배 백배는 꼭.

밥도 간단하게 챙겨 차에 올라 먹는다.

도시락도 실었다.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길이 어디 일을 더 만들어드려서야.

밥 아니어도 사람 불러 일하면 주인네는 이러저러 마음 쓰일 일 많을 테다.

비오거나 눈 내린다더니 바람만 심했다. 고마운.

근데 참말 바람 기세가 여간 아니더라.


추풍령 곰디 깊은 골짝 2000평 복숭아밭에 들어

주인장이 전지한 가지들을 운반기로 날랐다.

11학년 아이는 운전하는 재미에 신났다.

아이를 위한 주인의 배려였겠다.

천막 안에서 바람을 피해 들밥을 먹는데

손이 시퍼렇게 곱아 얼른 볕 아래 나와야했다.

사내 아이라 더 그럴 수 있었을까,

그 날씨를 견디며 마지막까지 툴툴대지 않아 기특했네.

이웃은 아이 품이라며 포도즙을 한 상자 실어주었다.

잠깐 거든 손이 얼마나 도움이었겠냐만

시골 일이라는 게 누가 잠시 나뭇단 하나만 여주어도 마음이 든든타.

물꼬 일이 늘 그러하였노니.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옛 시절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며 음악이며 나왔다.

복고를 경계한다.

그 시절의 다양한 삶을 전적으로 차압당하는 것 같아서.

거기 보이는 그 시절의 삶들이 그것으로만 일방적으로 기록되는 것 같아서.

대학에서 돌을 던졌거나, 아니면 미팅을 했거나,

그 시절 그 삶이 모든 것은 아니었다.

쓰레기더미의 뒷골목을 배회한 걸음도 있었노니.

복고를 정녕 경계한다.

그 시절이 호시절이었다는 착각을 더욱.

그래서 현실을 더욱 부정하게 만들기도 하는 그것을.

영화도 음악도 자꾸 그리 넘치는 이 시대를 눈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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