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는 비내렸고 오후 눈발 날렸더란다.

서울에서 자유학기제 일로 잠시 사람을 만났다.


에릭 오르세나의 소설 하나 쥐고 있었는데,

브루스 채트윈의 <송라인>을 언급했다.

반가웠다.

여행서는 그를 기점으로 앞과 뒤로 나뉜다.

그의 <파타고니아>도 사랑하노니.

브루스 채트윈이 단언하기를, 진리는 길에 있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들은 지도가 없음에도 길을 잃는 법이 없다지.

그들의 여행에는 시(詩)들이 줄곧 따라다니기 때문.

그들은 걸어가면서 계속 노래를 읊조렸다.

언급된 부분은 이리 이어진다.

‘주된 길목들과 길라잡이가 될 지형지물을 일러주는 그 송라인, 즉 노래 지도가 거대한 미궁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길들을 만들어낸다.

그렇듯이 나도 진정한 정원 애호가들이 다니는 길가에 가게를 열고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되는 것이었다.’


길(뭐 앞에 언급한 길이라는 의미가 꼭 아니라) 위에 있었다. 여섯 시간이 꼬박 걸리더라.

불날 서울서 대전까지 오는 길이 그러했다.

귀성길, 그런 데 있어본지 20년도 더 되는 듯.

아, 별 생각 없이 서울 사는 선배 하나를 명절 때 중간 지점에서 보자하고

길 위에 일곱 시간 있었던 적 있었고나; 경부고속도로 황간에서 천안까지.

사람들은 '그 길'을 달려 고향으로 간다.

그 길이 고향이겄다.

문득 어머니 그리울 땐 그저 그 길 위에 차를 두어야겠고나 싶더만.


손에 들고 있던 소설에서 사랑의 전설이 이루어지는 한 지방으로

돈키호테의 세비야가 등장했다; 안따루시아.

우리들의 무한 사랑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도시.

그가 갇혔던 감옥이 어디였던가 두리번거리는 여행객들을 은행건물이 맞는다지.

2016년도에 한동안 그곳에 머물 것이다.

그 기대로 또 2015년도가 가뿐해지려나 보네.


선배가 보내온 커피며 명절선물들이 닿고 있다.

아이의 선생님 한 분으로부터 문자도 들어왔네.

아이가 제도학교를 들어가고 두어 달인가 공부를 도왔던 분인데,

그 뒤로도 급하면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던 듯.

제도학교 공부 적응에 그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여러 차례 말하더니

명절이라고 과일을 사서 인사를 간 모양.

기특하다.

이런 게 공부하는 까닭 아닐지, 사람 노릇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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