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9.달날. 거친 바람

조회 수 714 추천 수 0 2015.04.04 03:45:44


‘첫걸음 예’, 개학식쯤이겠다.

푹하던 어제랑 이리 달라진 날씨,

얼굴 바꾼 사람처럼.

그리 다른 해를 살아라, 2015학년도는 그리 시작되었다.

모여 차를 마셨다.


꽃샘추위.

급속도로 기온이 떨어지더니 영상에서 영하 10도 가까이 이르는 이 밤이다.

바람은 거칠고,

시간마다 잠이 깬다.

봄밤인 게다.

봄은 뒤척이는 밤으로 온다!

영하의 날이어도 봄이 온 게다.

영하에서도 봄밤은 봄밤이다.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차라리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게 덜 곤하겠다고 이불 속을 빠져나온다.


오전 내내 손전화가 통하지 않았다.

처음엔 낡은 내 전화기의 문제이려니 했는데,

여기도 저기도 안 된다 했다, 온 산마을 전화가 끊겼다.

바람은 그렇게 멈춘 전화로 먼저 왔다.


더 이상 물꼬 누리집을 방치할 수 없어서 달포가 지난 글을 올렸다.

보통 ‘물꼬에선 요새’의 기록은,

현재와 게시 사이에 보름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건 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고할 생각은 없다는 의지이고

때론 게으름이며,

한편 타인들의 삶과 두는 거리 같은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길어지더니 심지어 한국을 비운 것도 아닌데 무려 한 달을 넘고

심지어는 40여일을 갔다. 으악! 이건 아니지.

차라리 좀 쉬겠습니다,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명분이 약했다,

아파 쓰러진 것도 아니고.

그것마저 안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염치 뭐 그런.

자백 비스무레한 걸 하자면 지독한 무기력을,

현재 이 나라를 정상적인 호흡으로 건너갈 수 없는 지독한 무기력을 앓고 있었다.

아이들조차 만나지 않은, 수업이 없던 시간이니 더욱 그랬을 터.

맞아, 맞아.

‘물꼬요새’는 사실 공적임을 빙자한 사적인,

하지만 아주 사적이기도 어려운,

사적이지만 공적일 수 있는 뭐 그런 성격이었다.

누가 말하더라,

‘어차피 내 뜻대로 흘러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좌절하고 인생을 지루해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지루한 삶을 이어가는 이유는 ,

돌이켜보면 우리 삶엔 그런 지루함을 견디게 하는 장면이 꼭 있어왔기 때문이리라.’

아.. 그때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난 어찌 그 시간들을 견뎠을까, 그런 순간.

물꼬의 시간들이 그렇다고들 했다. 나도 그렇다. 거기 우리 같이 있었다.

그것이 우리를 견디게 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

앞뒤 문맥이 뭐 이러냐, 쓰면서 툴툴거리지만, 그것도 또한 충분하리.

듣는 이는 들을 테고, 말 이는 또 말 테다. 이 또한 충분하다.


어찌되었든 물꼬의 2015학년도 새아침은 왔다.

그게 그리 힘차지 않다고 너무 우울할 것도 아니다.

사람의 일이란 게 지금 순간이 나중에 다른 순간으로 지금이 되기도 하더라.

그래도 다행이지 않으뇨, 우리 함께 걸음을 떼고 있으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지금 충분하다, 사랑하는 우리 아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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