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20.쇠날. 맑음

조회 수 697 추천 수 0 2015.04.19 02:07:04


생강나무 꽃가지가 노르스름해지고 있다, 가물거리는 기억처럼.

비 오고 기온 푹 올라간.


“아들이 사다줬는데, 나는 통 안 먹어...”

마을의 할머니 한 분이 갈치를 두 꾸러미 건네 오셨다.

먹기 좋게 한 마리씩 잘라 비닐팩에 얼리신 것.

거동이 편치 않게 혼자 계시니

그저 생각날 때 짬날 때 한 번씩

부엌에 있는 것들 가운데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 건너가는데,

고맙다는 답례이시다.

고맙다 여겨주시니 또 고마운.


봄이 오면 해결해야 할 문제 둘 서 있었다.

부담되는 전화였다는 거다.

달골 마당을 지나며 산판을 해나간 이들과 해결할 문제가 남아있었고,

달골 지하수에 약간의 문제를 겪어왔던 것도 이 봄에 꼭 짚어야 하는.

오늘 했다. 곧 얼굴 보기로 한다.

그리고, 당대 문장가 소동파가 말하길

잘 쓴 글이란 '능숙한 글짓기'실력이 아니라 '쓸 수밖에 없어서'쓴 글이라고 하였더라.

쓸 수밖에 없어서 글월 하나 쓰고 있다.

달골 뒤란 법면이 엊그제 비로 많이 무너져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

힘을 내고 또 밀고 감!


어느 도시의 지역문단 이야기를 전해 듣다, 책과 함께.

문학반 사람들이 책을 냈다. 대단하다, 그 용기.

이제 막 시를 쓰기 시작하는 이들이었다.

내 책이 나무를 베어 낼만한 가치가 있는가,

몇 줄이라도 도대체 읽을 만은 한가 묻는 과정이 생략된 듯도 한.

(하기야 어찌 생각하면, 뭐, 그렇게 또 낼 수도 있지.

우리 뭔가를 할 때 너무 이리저리 재고

잘할 때야 비로소 움직이는 깊은 병이 있기도.)

그런데 그 책이 나오게 된 경위가 참...

지자체의 문화예술 지원금을 받고,

그것으로 전국단위 행사를 하고,

그런데 상금은 그 지역 사람, 정확하게는 문학반 사람들이 받고,

그 기금 바탕에다 각자 얼마쯤의 돈을 보태서 만든 책이란다.

나는 어찌 일하고 있는가를 묻노니.


읍내 한 어르신이 고운 감을 사서

치마 하나, 그저 재봉틀로 둘둘 박아 고무줄 넣은, 부탁해왔던 일 있었는데

언제 적 것을 이제야 전했다.

돌아오는 길 면소재지에서 이웃 하나도 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혼자 농사짓는 젊은이이다.

봄들에서 하루 일손을 보태기로도 한다.

물꼬 일을 두루 살펴주었던 그니였다.

참말 부산할 봄이겄다, 3월이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986 2016. 3.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3
1985 2015.11.25.물날. 밤 진눈깨비 옥영경 2015-12-14 703
1984 2015. 2. 9.달날. 눈발 잠시 옥영경 2015-03-11 703
1983 2015. 1. 2.쇠날. 맑음 옥영경 2015-01-06 703
1982 2014.12.24.물날. 흐림 옥영경 2015-01-04 703
1981 2014. 9.17.물날. 비 잠깐의 아침, 그리고 흐림 옥영경 2014-10-15 703
1980 2014. 6.10.불날. 종일 흐린 속에 비 몇 방울 지나고 밤 깊어 빗줄기 제법 굵다 옥영경 2014-07-03 703
1979 2017.10.26.나무날. 맑음 / 제도학교의 물꼬나들이 옥영경 2018-01-05 702
1978 2016. 6.29.물날. 흐림 옥영경 2016-07-21 702
1977 2015.12.3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6-01-03 702
1976 2015.12.30.물날. 밤 눈 옥영경 2016-01-03 702
1975 2014.10.20~21.달~불날. 비 내린 종일, 이튿날 쉬고 내리고 옥영경 2014-10-31 702
1974 2014. 8.19.불날. 비 옥영경 2014-09-20 702
1973 2014. 7. 4.쇠날. 갬 옥영경 2014-07-16 702
1972 2014. 7. 1~2.불~물날. 흐려가다 물날 밤비 옥영경 2014-07-16 702
1971 2014. 5.26.달날. 갠 하늘로 바람 거세게 휘돌고 옥영경 2014-06-13 702
1970 2014. 2.10.달날. 실눈 옥영경 2014-02-28 702
1969 2017.11. 6.달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701
1968 2016. 6.22.물날. 흐림 옥영경 2016-07-16 701
1967 2015. 9.20.해날. 시원하게 맑지는 않으나 옥영경 2015-10-16 7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