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람은 계속 지붕이 흔들었다.
봄은 봄꽃만큼 바람도 바글댄다.
“생각나서...”
달날 아침 9시가 넘자마자 전화가 울린다.
주말을 보내며 생각나서, 그래서 주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출근하자마자 받을 수 있겠는 시간에 당장 한 것쯤으로 이해되는.
소진할 대로 소진하고 있다고, 물꼬 가고 싶다고.
탈진이겠다. 번아웃이라고 하는.
물꼬의 순기능 하나가 그런 거 아니던가.
옥샘 밥, 먹고 싶어요, 물꼬, 가고 싶어요...
그 밥 먹고, 잘 자고,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서 다음 걸음을 한 걸음만 더 내디딜 수 있다면.
오시라, 꼭 오시라.
늦은 오후 지역 도서관에 들렀다 온다.
도서관의 너른 책상과 튼튼하고 견고한 의자를 사랑하노니.
아이들과 그러했듯 새삼 책 읽는 즐거움을 한 선배랑 잘 나누고 있다.
공유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슬픔과 분노조차도 공유할 때 그것이 흩어지기 쉬운.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 첫째일 것인즉.
돌아오며 잠시 들린 읍내 한 어르신 댁에서 행주며 포도며 챙겨주신다.
그런 그늘들로 늘 산다.
그렇게 지역 어르신 한 분께도 드디어 글월 한 편 올렸다.
수년을 애를 먹이던 달골 뒤란은,
사람들이 모은 몇 천만 원의 돈으로도 제자리걸음을 했고,
애를 끓이며 여러 해가 흘렀다.
이제 다른 손들을 좀 빌리려 한다.
날 차다. 밤엔 영하 6도까지 떨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