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30.달날. 맑음

조회 수 781 추천 수 0 2015.04.28 21:55:57


25도라나.

낮엔 사람들에게 팥빙수를 냈다.

삶아놓은 팥을 얼려 놓은 걸 마침 냉동실에서 발견한 덕에.

아이들이 드나드는 곳이니 언제라도 먹을 시럽이며 연유며 젤리들이

그리 냉장고를 채우고 있다.

어른들도 그 덕을 더러 보지.


어제 멀리 경기도 설악에서 목공일 하는 벗들이 왔다; 태봉샘과 기택샘.

날 풀리면 낡은 학교에서 기다리는 일들을 두루 좀 살펴봐 주리라던.

길이 좀([조옴]) 먼가. 가고 오는 것만도 하루씩 잡아야 할.

기다리던 일들이 칠판 구석에 줄을 서서 씌어있었다.

된장집 뒤란 보일러실문과 고추장집 보일러실문, 간장집 부엌문, 문짝 셋,

쓰러져 뻥 뚫린 평상,

숙제처럼 기다리던 밥상머리무대...

문 세 짝이 낡고 돌아선 면에 달기에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처럼 달렸다.

보호용 도료는 내가 차차 바르는 걸로.

“아이들 뒷간 문요...”

소사아저씨가 또 일거리를 내민다.

처음엔 너무 끼여 문제가 되던, 흙집에서 아이들 뒷간으로 드나드는 나무문이

이제 헐거워져 바람에 열려있기 일쑤.

저녁 밥상에 앉기 전 단번에 해결하고 들어온 태봉샘.

강력한 자석 하나 문 머리맡에 붙여놓으니 도깨비방망이다.

“어!”

저건 또 뭔가, 세상에, 수행방 한가운데 다탁이 놓였다.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했을까, 실어왔던 나무 가운데 있었던 모양,

오랜 꿈 하나를 읽기라도 했던지 그리 다탁 하나 놓아주었다.

“달골 창고동에 올려 보내야겠다!”

“그건 더 큰 걸로 내가 한 번 실어 오께, 그냥 아래 학교에서 써요.”

마음씀이 구석구석 드러나는 일하기, 그래서 더 감동적인 하루였노니.

아, 태봉샘은 음악학도였더랬다.

잠시 쉬는 짬에 피아노 앞에 앉았더랬는데,

집짓는 일이 업인 이의 피아노선율이라니. 멋지더라.


소사아저씨랑 같이 소도 한가운데 쓰러져있던 솟대를 다시 세웠다.

꽂이로 쓴 대나무통에 물이 차여 아래가 썩었던 것.

아랫부분을 따내서 물이 빠지도록 한 뒤 꽂이를 다시 묻고

거기 솟대를 인 긴 장대를 다시 꽂다.


면소재지 마장순샘이 나무 둘을 실어왔다.

달골에 장승을 깎으리라고 이곳저곳 소문을 내고 통나무를 구하던 참이었다.

준다는 이들은 많았으나 아직 닿지는 않던.

트럭에 실어와 달골에 부려주었다.

얼른 장승 깎는 추풍령의 영욱샘한테 전화 넣다.

나무만 구해다 놓으면 깎아주겠다던 지난해 봄의 그니였다.


저녁, 밥상에 풀샐러드 올렸다, 된장드레싱과.

광대나물 질경이 토끼풀 냉이 달래 쑥 원추리...

“언제 뜯으셨대요?”

“아까. 일들 마치고 옷 털고 있을 때. 잠깐.”

꿈꾼 삶이 별 게 아니었다,

사람 오면 잠깐 칼 들고 나가면 밥상이 마련되는 산골살이!

“완전 운동장이 밭이네!”

그렇다.

“와, 맛있네요.”

그럼, 그럼.

이 산골서 풀을 먹기 위해서도 장을 손으로 담기 시작했던!


엊그제 청담동에서 공연했던 무향 이강근샘이

함께 소리명상원을 꾸리는 송순진샘과 답방을 하셨다.

곡차와 함께 밤새 소리 공부가 있었네.

공부해 오신 40여년 세월이 다 전설이라.

소리명상원에서 하는 4월의 소리잔치에 노래를 불러 달라 부탁도 해오셨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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