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31.불날. 흐리다 비

조회 수 691 추천 수 0 2015.04.29 11:31:15


멀리 경기 설악에서 손 보태러온 태봉샘과 기택샘, 사흘 만에 떠나다.

겨울 호된 바람에 날아간 고추장집 보일러실 문짝이며(둘 더하여 세 짝이나 되는 문짝을!),

무대 없이 여름과 겨울을 지났던 가마솥방 밥상머리무대이며

낡아 구멍 뻥 뚫렸던 평상이며 오래 소망하던 다탁이며

잡다하게 고칠 일, 고칠 것들 두루 살펴주고,

그 무엇보다 큰 숙제가 되고 있던

겨울 계자 이후 계속 문제가 생기던 교무실 누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고,

더 못해서 미안하다 자꾸 돌아보며 구석구석 필요한 일들에 조언도 주고.

보내는데 눈시울이 다 붉어졌다.

그 누가 이 먼 산마을까지 온 살림을 실어 그리 일을 도우러 선뜻 나서겠는가,

생업을 며칠이나 접고.

일은 또 얼마나 야물고, 마음은 또 얼마나 결 고운지.

늘 아이들과 일하며, ‘일이 되도록’이라 외친다.

여기서 한 달은 족히 해야 할 일거리들을 그리 뚝딱 해치워주고 갔다, 일이 되게.


그들 가는 편에 무향 이강근샘네도 같이 나서셨다.

순진샘은 물꼬의 단식수행에 관심이 많으셔서

가시다 전화를 넣어 일정을 물어오기도.

그리고 곧, 발해역사모임을 함께 하는 승호 충양의 전화도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발해 당시의 방식으로 만든 뗏목을 타고 발해 항로를 찾아 떠났다 돌아오지 못한,

‘발해 1300호’ 관련 일들로 맺어진 연이다.

대장이던 철수 형은 지금도 그렇게 깊이 내 삶 속에 함께하고 있다.


오전에 사람들을 보내고, 오후엔 달골이 바빴다.

지난겨울 달골 마당을 지나간 산판 일에 대한 정리를 위해

낼모레는 굴삭기 오기로 한다. 정말? 정말.

무너진 달골 뒤란 경사지 일을 의논하느라 이장님도 나무날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두 건설회사에서 상황을 보고 갔다. 견적서를 곧 보내오기로.

“다른 곳도 (달골에) 보내볼게요. 여러 곳 알아보세요.”

얼마 전 상황을 보고 간 읍내 어른 한 분이 믿을만한 이들을 그리 보내오신단다.

이런 일은 어떻게든 지역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몇 해 뒤란 문제로 고생하고 첫째로 배운 바가 그러하다.


저녁, 오랜만에 마을의 한 어르신 댁에 들러 안부도 여쭙고

몸도 살펴드린다.

얼굴 못 보던 그간의 일들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감자씨앗이 없어 올해는 감자를 심지 못하나 했더니

댁에서 남은 감자 있다 챙겨주시기로 한다.

내일 소사아저씨 보내라시네.

그리 또 일 하나 해결이 된다.

그렇게 또 삶이 이어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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