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4.흙날. 흐리다 비

조회 수 710 추천 수 0 2015.04.29 11:45:46


흐린 아침, 추풍령의 영욱샘 건너와서 장승을 깎았다.

나무를 구해놓으면 깎아주겠노라 지난해 이맘 때 약조했고,

면소재지 벗이 얼마 전 나무를 구해주었다.

아직 껍질을 다 벗기지 못한 부분은,

깎아놓고 벗기면 된다 한다.

밀린 일이 많아 조만간 어렵겠다 했는데,

작품 하나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짬에 물꼬 일부터 하기로 했다지.

예정대로라면 다음 주에나 가능할까 했는데,

오늘 작은 틈에 건너와 시간 반은 족히 작업을 했나 보다.

이제 다른 날 건너와 철판으로 용접해서 발을 달아 장승을 세울 거란다.

일 끝내자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늘 하는 말, 고맙다, 하늘.


걱정이던(걱정? 그렇다. 갈면 될 일인데, 이 산골짝에선 이런 거 하나조차 쉽잖은) 달골 가스 줄도 갈았다.

가스를 갈 때마다 부탁했는데,

번번이 괜찮다거나 다음에 하겠다거나, 그러다 시간 또 훌쩍 흘렀고,

가스 가게 주인이 바뀌었더랬다.

언젠가 영욱샘과 대식샘 달골 왔을 적 위험하겠다 얼른 갈아라 걱정하던 줄이다.

“아니, 자기 집이 이러면 그리 말하겠어?”

가스 집에 화를 내던 그니들이었더랬다.

바뀐 주인은 연락 받자마자 바로 달려와

갑자기 굵어진 빗속에 작업을 해주었다.

내친 김에 창고동 것까지.

경비를 묻자 있던 줄로 간 것이니 그냥 두어라 한다.

또 이렇게 일상이 준 과제 하나 해결했다.


해인, 이제 해인샘이라 불리는,

스무 살이 되고, 대학을 가고,

새내기 대학생 정신없을 것을 그 와중에 봄소식 보내왔다.

이제 정말 성인이 되어 같이 동료가 되는.

그래, 우리 모두 봄을 살고 여름을 살 것이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우리 서로 그리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희중샘 글월도 하나 와 있다.

전할 말이 있으면 꼭 메일이나 누리집을 이용한다, 간단한 것에서도.

전화 붙잡고 있기 쉽잖음에 대한 배려이다.

때로 그게 더 소식을 주고받기 빠르고 쉽기까지 한 이곳 흐름이니.

그러는 동안 희중샘은 글쓰기가 다 늘었더라.


류옥하다, 기숙사를 나와 한밤에 와서 새벽에 돌아가는데,

그 결에도 교무실 일이며 제 일을 하나씩 해주고 간다.

오늘은 그의 티셔츠 아홉 장에 실로 표식을 해주었네.

속옷 겸 검정색 반팔 티셔츠를 다들 입는데,

자주 네 거니 내 거니 하는 모양.

이름을 쓰거나 표식이면 해결될 걸.


논두렁이자 품앗이 서현샘 소식.

“...그동안 말을 못했는데 아빠가 많이 아파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요...”

설에 쓰러지셨는데, 호전되었다 다시 상황이 좋지 않아지셨단다.

‘미리 연락해놔야 할 것 같아서’ 보내는 문자라 했다.

먹먹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 시간을 함께 지나지 못해.

가야지, 어여 가 봐야지. 

오래 물꼬의 든든한 힘이었던 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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