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살구꽃이 드디어 이 산마을에도 피었다.
대개들 그렇지 않을까, 내게도 진달래꽃은 파르티잔이다.
그리고 4,19로 이어지는.
이영도의 시에 한태근이 곡을 붙이고 노찾사 김은희가 불렀던 ‘진달래’를 흥얼거리노니.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쓰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나 어릴 적 어느 마을이고 실성한 사람 하나쯤은 꼭 있었다.
여럿인 곳도 드물지 않았던.
일제며 6,25며, 그리고 현대사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동시대의 자기 또래들을 서로 해코지하고 어찌 제정신으로 살았을 수 있었겠는가.
진달래는 그 모든 아린 마음들!
어린 나이에도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라 여기기는 뭔가 억지스러움이 있었다.
진달래, 그거야말로 온 나라에 산천에 피고 지는 꽃.
아, 개나리도 그렇겠구나.
그렇게 흔해야 우리 것 같은. 억지스럽지 않은.
(흐흐, 이것도 북한 찬양 될라...)
한 지자체의 장을 만날 일이 생겼다.
비서실에 면담을 요청한다.
일은 자주 엉뚱한 데서 꼬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더 자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풀렸다.
한 어르신의 안부전화가 왔고,
그리고 면담에 통행키로 한다, 잘 아시는 분이라지.
이 땅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 ‘(누구를)안다’라는 건 얼마나 중요하더냐.
아이들 진학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자소서(자기소개서)에 대해서도 빠지지 않고 입에 오른다.
얘들아, 자소서 말이다, 오늘은 정말 그 이야기 좀 해야겠다.
열아홉 인생에 뭐 그리 별일들이 있었겠느냐.
제발 말 길게 하지말자.
더하여,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기 없기.
하고 싶은 얘기는 구체적으로 하라, 사례를 들어서 말이야.
그리고, 두괄식이 좋겠다. 쓰고 싶은 말 먼저 하란 말이지.
얘가 무슨 말 할라 그러는가, 입학사정관 힘들게 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문장은 단문이 좋지 않겠나 싶다!
내일 연탄 들어온다고 소사아저씨는 창고를 정리 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