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2.해날. 흐림

조회 수 697 추천 수 0 2015.05.12 01:30:02


달골 청소를 하고 해가 훌쩍 올라서야 학교 마당에 들어섰다.

“와!”

깜짝 놀란.

모두 약속했던가, 살구나무 앞 쪽, 그리고 고래방 앞 소도에

일제히 민들레들이 일어섰더라.

“하나 둘 셋!”

그리 손 붙잡고 한꺼번에 고개 든 게다.

물꼬가 이 산마을의 폐교를 쓴지도, 96년 가을부터였으니, 20년차.

때마다 어쩜 그리 같이 피고 같이 지던가, 산과 들이,

신비로운 시간들이었네.

내일도 또 모레도 같이 잎을 닫는 꽃무리들에 입이 여전히 벌어질 터.


밥상을 물리고 잠시 산보를 하는데,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보며 길가에 쭈그려 앉으신 할아버지 계신다.

“들어오셔서 한 잔 하고 가셔요. 일요일이라 괜찮아요.”

이제는 학교 안으로 성큼 들어와 계신 분들이 없다.

착한 할아버지도, 키 큰 할아버지도, 이모할머니도, 소사댁 할머니도, ...

모두 떠나고 조중조 할아버지 홀로 남아

마을 들머리에서 그리 서성이기만 하신다.

소사아저씨도 불러다 평상에 두부파전을 냈네.


멀리 경기도 설악에서 왔던 벗들이 만들어준 평상 하나에

이제야 보호용 도료를 칠했고,

그리고, 쑥을 캤다.

쑥버무리를 하였네.

멥쌀가루가 없으면 밀가루도 괜찮다.

“더 맛있어!”

언젠가 마을 어르신 한 분이 그러셨더랬지.

해봤다.

어린 쑥이라 부드럽기도 더 했던.

소사아저씨는 밭에 거름을 뿌리고.


저녁 버스로 점주샘 나가다.

5월 어느 때 나들이도 동행키로 한다.

6월 이생진 선생님이 오실 시잔치 ‘詩원하게 젖다’에선

올해도 우리 둘이 같이 밥바라지를 하려.

한의사 벗에게 전화도 넣었다.

몸이 많이 축난 한 벗에게 약을 좀 지어주라 했다.

이 벗이 저 벗에게, 저 벗으로 이 벗이, 그리그리들 산다, 살아간다, 살아진다,

고마운 연들,

아이들이 우리를, 우리에서 아이들로, 그리그리 살듯.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6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8029
666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430
6664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891
6663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5503
666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211
6661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5040
6660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867
6659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744
6658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86
6657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676
6656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642
6655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613
6654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92
6653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578
6652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446
6651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312
6650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91
6649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872
6648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95
6647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