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19.해날. 비 몇 방울

조회 수 814 추천 수 0 2015.05.13 09:45:57


세상에! 해, 해, 해가!

비 온다는, 많이 온다는 오늘이었다.

그런데 해가 반짝도 아니고 번쩍!

민들레가 환호처럼 눈부시게 몸 흔들었다, 샛노랗게, 일제히.

아, 이렇게 또 하늘이 고마운 물꼬이고 있는.

일이 되겠고나, 오래 애먹이던 달골 앞마당을 지나간 산판 일이

이제 비로소 뒷정리가 될 수 있겠고나. 드디어!

물 많은 곳 아주 물길이 커져

달골 우리 밭 아래 있는 산소에서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여

이래저래 애타던 일이었더랬다.


이른 아침 기락샘과 류옥하다가 나간 자리로

마장순샘이 면소재지에서 일찌감치 올라와 굴삭기를 기다렸다.

논두렁(이제 그리 되었다) 마장순샘이 일을 맡아서 나서주기로 했다,

산판 일했던 이들과 논의하던 때부터(때로 시골 일은 그렇게 남자가 나서야 일이 될 때가 있더라).

비가 간간이 뿌려 에고 오늘도 일이 안 되려나 잠시 조바심이 일기도 잠깐.

선배 하나도 일을 거들러 오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목공실에서,

어제 달골 꽃밭 울타리 하나 만들려던 생각대로

나무를 자르고 페인트를 칠했네.


늦은 아침에야 굴삭기 왔다.

마장순샘은 소사아저씨와 삽을 들고 붙어 수로를 채우고 있던 흙들을,

오랫동안 쌓인 흙은 아주 뻘이 되어 어찌나 단단했던지,

긁어내느라 아주 애를 먹었다.

굴삭기를 잡아 장순(그렇다. 우리 진돗개 장순이랑 이름이 같다)샘이

열심히, 끝까지 일을 제대로 비끄러맨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게다.

그리하여... 물, 잘도 흐른다.

물 많은 위쪽 밭에도 굴삭기가 가로질러 물길을 셋 긋고

아래 수로를 제대로 이었다.

잘도 흐른다, 물! 환호성같이 흐른다.


봄 밥상; 머위된장무침 달래장 파드득나물겉절이 냉이된장국 미나리 초무침,

그리고 초장과 함께 놓인 돌미나리와 두릅,

두릅은 먼저 본 이가 임자라지, 간장집 밭가와 닭장 뒤쪽.

올해는 우리가 먼저 땄네.

점심을 내고, 참으로 국수를 비볐다.

마침 군의회 부의장님과 새마을협의회장님이 달골 뒤란 건을 위해 현장 방문도 왔다.

마을과 군에 도움을 청해놓고 있던 참이다.

일이 어디로 가든 다들 고맙다.

달골에서 빈 그릇을 가지고 내려오는 길.

들일을 마치고 집으로 함께 오는.

아, 산마을의 평화여.


산판으로 헤집어진 마당이며 밭이 비로소 정리가 되었다. 끝!

마을 어르신, 산판 주인, 그리고 손 보탠 이들에게 두루 인사를 넣는 밤.

목공실에서 향꽂이도 하나 만들었네,

멀리서 온 선배에게 드린 고마운 인사.

그리고,

6월 빈들모임에서 할 시잔치 ‘詩원하게 젖다’를 위해 이생진 선생님께 메일도.

6월 20일이 좋겠다 했던 건데, 아무래도 27일로 옮겨야.

달마다 마지막 주 쇠날이면 인사동에서 시낭송을 늦도록 하고 오실 걸음이어

올해는 좀 편히 움직이시라 꼭 한 주 당겨 물꼬 일정을 진행한다 하였으나

달골 공사 일에 최대한 날을 벌어놓아야겠기에.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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