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23.나무날. 맑음

조회 수 675 추천 수 0 2015.05.30 22:47:24


밤새 짐승들이 부지런히 마을을 내려와 발자국을 남겨놓는다.

겨울에 먹을 것을 구하러만 내려오는 그들이 아니다.

봄은 봄대로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글은 읽어줄 사람이 무엇을 알고 싶은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를 향해 답변하듯이 써 내려가면 된다.”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 스톤즈의 편집장을 지낸 마이클 길모어가 그랬다.

글쓰기는 “대화”!

되는 대로 기록 정도로 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 좀 진지해지는 요즘이다.


달골 마당은 그 너머로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니까 마당이 아니라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걷는 길이면 좋으련 때로 또 굴삭기 지난다.

오늘 또 한 대가 들어갔네.

지난겨울부터 마을 할머니가 부탁한 일이다.

그래도 그리 물어주고 양해를 구하면 고마운.

할머니는 김장하는 물꼬의 겨울도 같이 준비해주었다.

곧 퇴임해서 귀농할 아들이 농사를 지을 밭을 위한 애씀이었다.

나이 먹어도 엄마 그늘에 사는 우리.


봄꽃들을 몇 사들이고,

대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한 진로아카데미에도 다녀왔다.

으윽, 겨울 지나 움직이는 일이 더 많은 때이고 보니

밤이면 온 팔다리 어깨가 다 끙끙대고는 한다.

벗이여, 우리 병증의 절반 이상은 나이에서 오는 것 아닌가 싶은 바로 그 나이들이고나.

그리고...

어떻게 무엇으로 바뀌든 바뀌어 간다는 것이 삶.

유물론이 그것 아니더냐.

어쩌자고 삶은 그처럼 빨리 변해 가는가 하지만,

어쩌자고 이리 되었는가 하지만,

한편 지금 지독함은 또 다른 것으로 변해갈 수 있을지니,

지금 이 안온함은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을지니,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남고, 또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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