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고 포개진다.


더운 낮이었다.

그래도 가끔 굵은 바람 다녀갔다.

소사아저씨는 밭가에서 예취기를 돌렸고,

나는 달골에 올라 마당에 꽃들을 좀 옮겨 심었네.

또 하나의 찻주전자 화로를 만들어 가마에 맡기기도 했다.

장만하려고 알아보니 몇 십 만원이 예사여 내가 만들고 말지 한.

시간은 그렇게 이어지고 포개졌다.


읍내 장날이었다.

도서관을 들렀다가

오이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모종을 샀다.

와인 공부모임도 있었고,

돌아오며 황간 광평농장에 들렀다.

유기농 밭일을 돕지 못하고 지나가는 농번기이다.

김장배추를 여러 해 길러주고 계시고,

다른 먹을거리들도 나눠주시는데,

일마다 달려가 의논하고 도움을 청하는데,

들에 한번 같이 나가는 일이 이리 멀다.

곤한 몸 안마라도 해드려야지, 그건 밤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들렀고,

그리라도 마음 전했다.

“옥선생도 일 많고 피곤한데 뭘...”

그러면서도 개운해하신다.

아이가 제도학교를 가고 제일 아쉬운 게 안마더라.

누군가 잠시 주물러주어도 얼마나 시원하던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했다.

가까이 집안 어른을 대신하는 당신들이시다.


긴 하루가 내일로 넘어간다.

한밤 아이들의 연락을 받았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구나.

날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밥 한 그릇만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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