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21.나무날. 맑음

조회 수 704 추천 수 0 2015.07.06 10:39:17


어제오늘 내리 개인상담 의뢰.

어제는 스물일곱, 오늘은 50세.

문제를 들으니 굳이 얼굴까지 보고 앉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

늦은 밤 전화로 네 차례 이어가기로 한다.

밤 10시경부터 새벽 2시까지는 거의 전화로 채우는 요즘이다.


이른 아침 와송을 심어놓고,

면소재지 포도밭에 들어간다.

포도순 집기.

포도가지를 가지런히 정리하여 평행으로 쳐놓은 철사 줄에 집게로 집어두는 일.

볕은 따갑고,

멀지 않은 밭에서 온 골짝이 들썩이도록 이웃 밭에서 틀어둔 라디오 소리가 건너오거나

돌연 아가들의 까꿍처럼 산에서 뻐꾸기 소리 내려왔다.

홀로 이 너른 밭을 해나가면 얼마나 지리할 것이냐.

그래서 가끔 보태는 손이다.

“하나만 있으면 되겠는데 아줌마들이 꼭 둘씩 짝을 지어 다녀.

그렇다고 둘을 부를 수도 없고...”

놉을 얻어서 할래도 어렵단다.

저마다 어찌어찌 해나가는 농사일이다. 하기야 어디 농사일만 그러할까.

어찌어찌 다 살아가는 삶일지라.


흙 작업으로 세 점을 만들리라 했고,

일전에 찻주전자를 올려 끓이는 화로를 둘 만들었고,

나머지로 커다란 퇴수기를 만들려 했더랬다.

잠시 짬을 내 빚는다.

세수대야만한 퇴수기인데, 손가락 한번 써서 누르는 것에도 선 느낌이 확 달라지는.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깎인다더니...


기숙사에 있는 아이가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고 연락했다.

다른 도시로 넘어가 공동작업을 해야는 약속이 있는데.

그래 먹자 한다.

마침 읍내 나갔던 길이기도 했고.

이 아이가 이렇게 같이 밥을 먹고 할 날이 얼마나 더 있겠는가.

우리 아이들이 우리랑 마주하는 날이 불과 얼마나 되던가.

11학년, 이제 내년이면 12학년, 그 다음은 스물이 돼버리는 거다.

그래 먹자, 그래 얘기 나누자, 그래 함께하자, 그래,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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