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다. 창원이 33도였다지.
햇살은 붕 떠다니다 못해
가끔 바람 한 가닥 지나가주어 대자대비를 실감케 했다.
예수님이 오셨고, 부처님이 오셨으며, 공자님이 세상에 머무셨다.
그리고 당신들 오신 날을 사람들은 기렸고,
오늘은 부처님 오신 기념일.
기락샘은 불자인 학교아저씨를 모시고 물한계곡 끝 황룡사에 들렀고,
학교아저씨는 다시 마을 아래 연남사에도 다녀왔다.
마을 한 댁의 자두밭에 있었다, 주인 부부와 손을 보태러온 한 이웃과.
햇살은 붕 떠다니다 못해 한 곳에 멈춰 오래 벌처럼 쏘기도 했고,
그 사이로 가끔 바람 한 가닥 지나가주어 대자대비를 실감케도 한 여름 한낮이었다.
자두나무가 드리운 그늘은 작은 녹야원이기도 하였네.
갠지스 강 중류의 그 동산에서 붓다는 성도한지 삼칠일 후 처음 설법을 하였다지.
바라나시에서 북동쪽으로 7㎞ 쯤 가면 있었다.
학교아저씨도 어제 엔진톱으로 잘라둔 땔나무를 창고동으로 옮겨놓고
오후에 와서 손 보태니
녹야원의 다섯 비구처럼 그리 다섯이 서로를 북돋우며 더운 날을 지나갔다.
마을에서 여러 관계들과 얽힌 일에
하소연도 하고 흉도 보고 같이 분노도 하고 격려도 하고 지지도 하고
그러다 결국 자신의 삶 자리를 돌아보게 된,
녹야원이 거기 있었다, 붓다가 거기 와 있었다.
모든 자리가 붓다의 그늘이고 모든 길이 붓다와 동행하는 길, 모든 순간이 붓다의 설법.
정수기가 또 문제를 일으킨다.
바꿔주어야 할까보다.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정수기가 필요한가 다시 묻는.
한 때는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 속에 또 그렇지 않기도 하는.
물꼬는 늘 지점마다 정말로 그러한가를 다시 묻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늘 전제하는.
여름 날 보리차를 끓여먹이던 방식을 다시 고려해본다.
고민하고 공부하고 결론짓기.
혹시 그대는 안(案)이 있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