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4.나무날. 맑음

조회 수 791 추천 수 0 2015.07.08 10:41:23


연일 뜨겁고 비는 멀다.

먹을 물도 모자란다는 여러 곳의 소식들.

물꼬는 우물물을 길어다 밭에 뿌리고 있다.

그런 속에도 꾸역꾸역 올라오는 옥수수며 고추며.

삶이란 경이라.


무지 더울 거라는 한낮이었고, 그랬다.

오전에는 교육청에서 경리담당자들과 2차 협의가 있었다.

경로회장님과 이장님이 동행했다.

앞마에서 뒷마로 가는, 학교를 돌아가는 마을길을 넓히는 문제에서

학교 땅이 포함된 까닭이었다.

정서로 보자면 길을 확포장 하는데

학교 부지란 것이 일찍이 마을에서 희사한 것이고

다른 목적도 아니고 이미 있는 길을 응달진 곳 돋우는 것인데,

언제나처럼 공무원들은 법적 상황을 내민다.

“요새는 공무원이 다쳐요!”

어디를 가나 그것이 문제로고.

설득할 만치 했고,

이제 결과를 기다리기도 한다.

학교 뒤란으로 일할 장비는 벌써 들어와 다리부터 넓히고 있는데...


오후에는 포도밭에 있었다.

둘레에 가림막을 하고 위로도 비가림 시설을 해서 거의 비닐하우스 재배에 맞먹는.

그러니 다른 밭보다 빠르다.

벌써 알이 굵어 이미 손을 대는 일이 늦어버리니

알은 굵어지고 차져서 송이가 땡글땡글.

그것을 후비고 따주고 모양을 갖추는 작업.

장순샘네 밭이었다.

뉘집 냉장고면 어떻게 뉘집 밭이면 어떤가.

우리 밭이려니 한다.


“...

아이구... 뭐야... 약 보내면서 푸념이나 하고 앉았네.

요는, 힘내시라고, 보고 싶다고.

조금씩 낡아가는 몸에 훈김 한번 쏘여드리고 싶다고...”

뜻밖의 선물에 화들짝 놀란!

집에 돌아오니 진주에서 한약이 와 있었다.

학부모이고 벗이고 논두렁인 저온샘이다.

오는 전화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뉘 그럴 수 있으려나

고맙다는 말은, 모자라고 한편 무한한 인사말이라는 생각.

때때마다 경옥고이고 약이고, 그 덕에 또 몸 보전을 한다.


마른멸치도 와 있다.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벗에게(뭐 아들의 친구라는 게 더 맞는 표현)

걸음은 하지 못하고 인사만 전했는데,

그게 또 고맙다고 한 답례이려나.

있어서 어디 나누는가.

섬에 산다고 고기가 다 내 것이겠는가. 저도 돈 들여야 나올 물건일 것.

거제도 시인 초설이었다.

산골에서 이만큼 귀한 게 또 있겠는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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