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6.흙날. 맑음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5.07.08 10:43:57


이생진 선생님 문자를 보고서야 현충일인 줄 알았네.

국기를 꽂고 묵념하셨다고, 살아남은 것이 고마워서.

그 커다란 아파트에 당신 댁만 태극기 날리더라는.

당신 문자를 보며 당신 사신 여든 일곱 해를 생각했다.

1929년생.

(작년 시 잔치 주제가 나이라고 할 수도 있겄다.

나이를 밝히는 건 그가 산 세월에 있었던 역사성을 살피는 것도 되더라는.)

모진 세월을 사셨더랬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제주 4.3과 여순반란, 4.19와 5.16, 긴급조치, 80년 광주,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눌렀던 시간이었으려나...


으음, 이래서야, 이래서야 어찌 농사일을 할까.

그래서 매(‘한 번에 호되게’, 뭐 그런 뜻이겠다)하면 안 된다는 게 농사일인데,

아무래도 매한 거다.

이틀 하고 오늘 녹초가.

종일 까부룩까부룩 잠이 건드렸다.


메르스로 나라가 뒤숭숭.

경기는 얼어붙었다 하고.

여행을 떠나는 제자들의 문의.

가도 되는 걸까 하는.

난 들 어디 아나.

덕분에 여기저기 상황을 물어보며 메르스에 대해 알아보는.

멀리 나가 사는 이들한테도 그 덕에 안부도 묻고 정보도 얻어보는.


달골은 번번이 자정이 넘기 일쑤인 물주기였다.

하루를 접으며 달골 오르는 시간이 어째 그랬다.

오늘은 해질녘에 물을 주었네.

블루베리도 손질했다.

와글와글 매달렸던 꽃들,

반가워라만 하고 얼마나 힘이 들지는 생각도 않은.

이런 무심함이라니. 아, 내가 그렇고나.

한 나무에 하나 혹은 둘, 아니면 아예 다 따내기도.

그래도 한 나무에 하나쯤은 열매 꼭 보고 싶은데,

그것마저 따주어야 하는 걸까...

“다 따!”

장순샘의 조언이었다.

음... 좀 더 버텨보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4786 2017.12.10.해날. 잠시 다녀간 우박 옥영경 2018-01-15 864
4785 2017.12. 9.흙날. 흐리고 눈발 / 感銘(감명)이라 옥영경 2018-01-15 815
4784 2017.12. 8.쇠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816
4783 2017학년도 바깥수업 예술명상 갈무리글 옥영경 2018-01-11 883
4782 2017.12. 7.나무날. 눈 내리는 아침 / 예술명상 마지막 수업 옥영경 2018-01-11 857
4781 2017.12. 6.물날. 아침 눈 옥영경 2018-01-11 835
4780 2017.12. 5.불날. 맑음, 바람 거친 / 사물도 나와 같은 속도로 영락하고 낙백하지만 옥영경 2018-01-11 832
4779 2017.12. 4.달날. 아침 눈발 옥영경 2018-01-11 800
4778 2017.12. 3.해날. 맑음 / 위탁교육 갈무리 옥영경 2018-01-11 802
4777 2017.12. 2.흙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18-01-11 869
4776 2017.12. 1.쇠날. 맑음 / 배추 뽑다 옥영경 2018-01-11 821
4775 2017.11.30.나무날. 맑음 / 30일이지만 옥영경 2018-01-11 771
4774 2017.11.29.물날. 잔뜩 흐리다 맑음 / 위탁교육 열흘째 옥영경 2018-01-11 840
4773 2017.11.28.불날. 맑음 / 위탁교육 아흐레 옥영경 2018-01-11 801
4772 2017.11.27.달날. 맑고 푹한 / 위탁교육 여드레째 옥영경 2018-01-11 784
4771 2017.11.26.해날. 맑음 /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옥영경 2018-01-11 897
4770 2017.11.25.흙날. 갬 / 어른 너나 잘하시라 옥영경 2018-01-09 775
4769 2017.11.24.쇠날. 눈 / 위탁교육 닷새째 옥영경 2018-01-09 803
4768 2017.11.23.나무날. 첫눈 / 짜증을 건너는 법 옥영경 2018-01-09 722
4767 2017.11.22.물날. 흐림 / 위탁교육 사흘째 옥영경 2018-01-09 72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