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8.달날. 비 한소끔

조회 수 851 추천 수 0 2015.07.11 17:21:23


꽃들이 자글자글하다.

바깥 응달진 곳에 둔 바위솔은 제법 통통한 덩치를 포기하고

자잘자잘하게 쪼그려 가뭄의 날들을 건넌다,

긴축재정을 하는 경제위기처럼.

꽃밭의 꽃들도 그러하다.

마가렛은 어찌나 잘디잔지.

미니장미는 일찍 꽃을 떨어뜨려버리더라.

전체를 살리려고 그렇게 가지를 스스로 치는 자연이다.

장아찌를 만들 때 붓는 간장은

펄펄 끓여 더운 김 ‘한소끔’ 빼고 항아리에 붓는다.

날이 잠깐 흐렸고, 비 그렇게 ‘한소끔’, 정말 한소끔 내렸다, 땅 젖을락 말락.


이웃마을 벗이 찬거리를 좀 건네왔다.

마늘쫑과 풋고추와 고춧잎.

저녁밥상에 올랐다.

이러저러 산다.


뱀의 출현이 잦은 올해이다.

“연구가 필요하겠군.”

어릴 적,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과학 관련 스크랩이라도 할 때면

어디서 뱀 사진을 오려 붙여야 할 때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았다.

그걸 제대로 쳐다도 보지 못하고,

사진인 데도 만질 수가 없어 겨우 끝을 잡고 오리고

붙일 때면 손에 수건 돌돌 말아 풀칠을 했던.

그런데 이십여 년 전 어느 사찰 수행에서 뱀을 재료로 쓴 적이 있었다.

나는 집단상담 구성원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그 뱀을 만지질 못했더랬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눈을 보고,

너무나 말간 그의 눈을 보고 결국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그러나 그것도 그 때뿐, 뱀은 정말 거대한 벽이었고,

나이 먹고, 시골 살아도, 별반 나아지지 않은.

하지만 아이들 앞에 뱀이라도 나타나면 그들의 보호자로서 의연할 밖에.

“연구가 필요하군.”

지금이 그러한 때.

적을 알아야 뭐한다지 않던가.

뱀 관련 과학책 하나를 꺼내 학교아저씨랑 읽었다.

올해 우리 아이들 앞에 나타나기 잦을 수 있겠기에.

일부 살모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낮에 활동하는 그들이란 것도

이제야 비로소 귀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들도 역할이 있고, 그들의 삶의 권리가 있을지니!

친구는 되기 어려워도 그들을 향한 마음을 좀 바꾸며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


자정에 걸려온 전화, 아이 하나 상담을 끝내니 2시가 다 되었다.

밀린 일을 좀 하겠다고 앉았는 책상이었는데,

당장 내일 제출해야 할 일거리 하나 있는데...

“이제 푹 자렴.”

아이 마음이 좀 가라앉았고, 고맙다고 울먹였다.

우리 아이 하나 또 그렇게 살았고나.

물꼬의 일에서 그보다 중한 일이 어디 있을까나.


오래전에 다녀간 기자 하나 소식.

그가 할 수 있는 일에서 물꼬를 도와주었던.

자신의 일에서 일을 잘하는 것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을.

늘 마음에 안고 살아가노라, 당신의 글이 그러했노라 인사 한번 넣어야겠네.

인성교육 시행령을 앞두고

같이 일을 좀 하자는 두어 어르신의 요청이 있어왔다. 보고!(상황을? 생각을?)

그리고, 군수님 면담을 나무날로 잡았다,

기숙사건으로 만나는 이번학기 마지막 면담이 되리라.

이번이 아니고는 가을학기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

오늘 아침 풀밭에서 네잎 토끼풀 하나 땄는데,

그것이 행운이면 좋겠고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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