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마다 물을 대느라 정신없다.
한밤중에 올라와 달골 수도를 튼다.
아직 물은 마르지 않았다.
아직 식수가 있고 아직 물을 줄 수 있다.
심했던 두통은, 아마도 수면부족에서 왔으리라, 가라앉았으나
몸에 물기가 없다.
온 산천이 그러하니 사람이라도 어찌 무사할까.
“교장선생님, 어찌 돼 갑니까?”
유야무야 묻히는 게 무섭지.
아마도 세월호 유족들도 그렇지 않을까나,
심지어는 이제 그만하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달골 기숙사 건으로 관과 씨름하기, 3월부터 지금까지이다.
이제 다만 처분을 기다린다, 뭐 그런 여러 날인데,
그리 있을 것만은 아니다 하고 다시 힘을 좀 정돈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 군 민간단체의 한 사람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묻는다.
고맙다.
오늘은 바깥수업을 나가기 전 달골에 같이 걸음도.
콩을 심다 왔다 했다.
종자를 구하지 못한 올해였다.
한 보시기 나눠주셨네.
바닷가에서 멸치젓도 두 통이 왔다.
된장을 여기서 얻어먹는 선배가 늘 가는 된장의 몇 배가 되는 것들을 때마다 보내온다.
처가에 보내는 편에 물꼬도 챙겼다고.
좋은 소금을 해마다 보내주어 김장이고 어데고 잘 먹기도 하는데,
올해는 이런 것까지...
얼마나 많은 손들로 물꼬가 살아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