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13.흙날. 구름 조금 맑음

조회 수 694 추천 수 0 2015.07.20 07:30:32


구름은 다녀가는데, 비는 아직 소식 없다.

오래 가물고, 물을 긷고 물을 주어도 밭에서 사막 내가 난다.

밤 달골 데크에 방문자와 앉았다.

반딧불이 난다.

얼마나 많은 순간이 빛나고, 빛나는 숱한 순간이 우리 삶을 채우던가.

더한 것들 없이 충분한 삶이다.

하기야 삶은 삶으로 이미 충분한.

우리는 그저 살면 된다,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무에 어려울려고.

우리가 그 생명의 장을 조직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만들어준 그 장에서 오직 춤추면 되는데.


자, 또 아래 학교에서는 매트리스 껍질(?), 그렇지 껍질, 빨기, 달골에서는 이불빨래.

6월 빈들모임 준비인 셈.

그것은 계자 준비이기도.

또한 그것은 그저 삶의 한 일상이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볼똥이라는, 보리수나무열매를 따기도.

오디는 언제 다 떨어졌는가...

입에 들어갈 만한 게 있기는 했을까.

가물어서 잘디 잔 것이 오디인들 달랐으려나.

그리고, 결국 정수기를 상담하기에 이르네,

십년을 넘어 되게 써왔고, 최근 두어 차례 고장이 있었다.

일단 여름계자 때까지는 현재의 것에 덧붙어 하나 가져다 놓기로 하고.

이곳에서 정수기를 쓰는 게 맞는가, 왜 필요로 해왔던가,

식중독이라든지 그런 게 문제라면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로.

선배 하나가 같이 앉아 정수기 회사랑 상담을 대신 해주었다.

세상일에 어째 이리 늘 서툰가...


다음 주에 서울에서 있는 인성교육 교수요원 워크샵에 동행하기로 한다.

주관하는 곳은 잘 모르나 오랫동안 교류가 있었던 두 어른이 중심에서

간곡히 함께하기를 청해오셨더랬다.

7월에 인성교육 시행령이 있을 거라지.

이름만 붙이지 않았지 물꼬의 작업들도 결국 뭐 그런 종류 아니었나.

할 수 있을 때 해두는 것도...

마침 가라는 뜻인가 읍내 도서관에서 하는 일정과 바깥수업들이 건너뛸 수 있게 되었다.

뭐 메르스 때문이라는.

반가워해야 할?

사는 일이 그렇다. 여기서 벽이 저기서 계단일 수도 있는.


콧물이 나왔고, 재채기를 했다. 더럭 겁이 났다. 메르스?

그런데,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

내게 남겨져있는 숙제들을 못했다는,

담가놓은 이불, 정리 못다 한 책상, 내일 한 약속, 그런?

나는 가면 그만이지만 내 삶을 정리해야 하는 이들의 수고, 그런 것들에 대한 미안함?

작은 일에 분노하듯 정작 이런 것들이 우리의 죽음에 걸리는.

사실 죽으면 끝이거나 다음 세상 시작이거나.

다시 사실, 뭐 이래도 저래도 한 생이리니.

나이 드니 그리 헐렁헐렁 해지는 생각들이네.

이런 게 혹 이순(耳順) 뭐 그런 거 아닌가 싶은 생각 잦은 이즈음의 나이 혹은 세월.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의 그 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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