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비 온다 했고 어제 비 내렸다.

오늘도 비.

내일은 갠다던데, 그럴까?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우리에겐 절묘한 물꼬의 날씨라 일컬어질 터.

이리 쏟아지는 비에도 걱정을 놓고 준비를 한다.

어째도 거기 맞는 움직임을 만들어낼 테니까.

시 잔치 준비위 사흘째.

일찍부터 들어오겠다던, 원래 빈들모임 움직임대로 쇠날, 두 가정을

내일 와주십사 했다, 시 잔치 준비하는 날로 보내려.


장순샘 초설샘 연규샘, 더하여 오늘 점주샘과 복현샘 들어오다.

운동장 가 전나무들 사이로 룽따도 새로 걸고,

책방 운동장 쪽으로 아이들과 풍향계를 걸었던 자리에 등불도 하나 달고.

옛 목공실인 비닐하우스 창고 정리,

간 걸음으로 바깥수돗가와 김칫독들 뚜껑도 씻었다.

초설샘은 남자 해우소 오줌통들을 박박 닦아도 주었네.

야문 그니이다.

파라솔의 떨어진 곳 바느질도, 바느질을 잘하는 그다, 맡기다.

그리고, 시 잔치에서 작년까지 썼던 고래방의 걸개를 책방 운동장 쪽 창에 붙여 달라 했다.

걸린 걸개가 맞춤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장승 깎기 시연할 나무를 소나무로 장순샘이 구해오다.

어디 그것만일까.

풋고추와 상추들도 뜯어오다.

이생진 선생님의 진지상엔 꼭 상추를 올려드린다.

선생님이 찾으시는 것도 그거 한 가지.

그런데, 장승 깎기가 말이다, 오늘 시연을 해버렸네.

어째 날이 그리 꼬여버렸다.

빈들모임 시작을 시 잔치 시작이라 잘못 말했거나, 잘못 알아들었거나.

영욱샘이 벗과 와서 장승을 깎다.

청소가 바쁜 중에도 한 사람씩 건너가 이어달리기처럼 구경을 하였다.

여전히 늠름한 가운데 장난꾸러기가 든 영욱샘의 장승.


잠시 교무실에 들러 물꼬 누리집을 여는데, 품앗이일꾼 신청에 뜻밖의 이름이 올랐다.

흔한 이름자라 이름이 같겠거니.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그 아이였다.

한 때 이곳에 입학과 졸업을 둔 상설학교 과정이 있었다.

겨우 겨우 여섯 해 보냈던 날들.

그리고 접었다. 물꼬가 가고팠던 길이 아니었으므로.

아이들과 헤어지며 자라나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고, 늘 그리웠다.

드디어 대학을 들어가고 연락을 해온.

이래저래 세월에 기대며 살아가노니.


한밤, 장을 보고 왔네.

메르스로 손소독제가 가격이 몇 배 오르고, 그조차 구하기 쉽잖다더니 정말 그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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