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7.불날. 비

조회 수 697 추천 수 0 2015.07.31 20:19:54


이 밤, 비가 굵다.

간밤에 내렸던 비가 아침에 긋더니

늦은 아침 다시 갈까 말까 하는 발걸음처럼 내리다가는

조금씩 무거워지더니 한밤에 제법.

비 이리 내리는데 공사를 할 사람들은 왜 여태 소식 없을꼬.

달골을 둘러보다가 뒤란에서 네 잎 토끼풀 하나를 땄다.


아침 해건지기를 끝내고 오늘도 잎을 갉아먹는 벌레부터 잡았다.

수돗가 이불빨래는 비가 내릴 때도 계속된다.

오늘은 오후에, 어제는 종일, 식구들이 또 다른 이웃의 밭으로 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일이 많은 시골이다.

그곳 창고를 치워냈다고.


밤, 교무실에선 노래집 작업.

98년부터 계자 자료를 훑어보던 연규샘, 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어제도 물꼬가 건너온 세월에 눈물이 글썽해졌더랬다.

사람을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 시간이었다.

사는 일이 어디라고 아니 그럴까.


세월호 부모들은 이 비에도 광화문에 혹은 팽목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에도.

포털 사이트에 이제 세월호 기사는 없거나 저 구석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있거나,

아주 잠깐 스윽 나타났다 사라지거나.

오늘은 희생자 가족들이 사고 해역에서 선체 수중촬영에 나섰는데, 해수부가 막았다 한다.

그나마 그 소식도 멀리서 벗이 알려주었다.

선체를 인양할 때 나올 논란과 갈등을 겪지 않으려

가족들이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묵살되어왔다.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정밀 촬영해 기록하고,

인양 후 선체 훼손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유실방지물 등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들을 확인하기 위해 수중촬영을 하려던 것.

그들은 말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와 국민이 직접 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하는 세월호에 여전히 탑승 중.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944 2008. 3.15.흙날. 맑음 옥영경 2008-04-03 1245
4943 108 계자 이틀째, 2006.1.3.불날.맑음 옥영경 2006-01-04 1245
4942 2005.11.13.해날.맑음 / 중량(重量)초과(草果) 生 옥영경 2005-11-14 1245
4941 9월 24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9-27 1245
4940 9월 1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9-14 1245
4939 159 계자 사흗날, 2015. 1. 6.불날. 소한, 흐리다 갬 옥영경 2015-01-12 1244
4938 158계자 닷샛날, 2014. 8.14.나무날. 비 / 산오름 옥영경 2014-08-20 1244
4937 2013. 5. 2.나무날. 먹구름 가끔 지나고 옥영경 2013-05-08 1244
4936 2012. 8. 4.흙날. 맑음 / 153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2-08-06 1244
4935 2012. 2.17.쇠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244
4934 2011. 7. 8.쇠날. 흐리고 아침 옥영경 2011-07-18 1244
4933 2009.10.17.흙날. 변덕 심한 하늘 / 산오름 옥영경 2009-11-04 1244
4932 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옥영경 2009-03-17 1244
4931 2008. 3.18.불날. 흐려지는 오후 옥영경 2008-04-06 1244
4930 2008. 2.19.불날. 맑음 옥영경 2008-03-08 1244
4929 9월 3일 흙날 빗방울 오가고 옥영경 2005-09-14 1244
4928 5월 22일 해날 아주 잠깐 저녁 비 옥영경 2005-05-27 1244
4927 2월 9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2-16 1244
4926 2011. 6.25.흙날. 비 옥영경 2011-07-11 1243
4925 2011. 5. 7.흙날. 흐리고 빗방울 지나다 맑음 옥영경 2011-05-20 124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