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21.불날. 갬

조회 수 688 추천 수 0 2015.08.02 15:38:30


간밤 비 내렸다.

이른 아침에도 비 흩뿌린.

게다 무덥기까지.

낮에도 몇 방울의 비.


이른 새벽부터 책상 앞.

종이접기 구성작품을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생각조차 못하고 시간이 밀려 오늘 일에 오늘 아침 책상에 앉았다.

오후에는 수업지도안 짜기 강의(랄 것까지야)도 있다.

이러다 준비도 없이 사람들을 만나겠고나.


공사현장에서 새벽부터 담당자를 찾는다.

절개지 머리 쪽 배수로를 어찌 팔 것인가를 의논하자는.

물꼬 쪽 담당이 되어주고 있는 장순샘이 밭에 들어가 있는지 연락이 안 된다는.

“교장샘은 잘 모르시잖아요.”

맞다.

얼마 뒤 장순샘이 들러 현장에서 방향을 결정했단다.


p.256

그 이래로 교토 북쪽에서 선정禪定에 매진했다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일이란 것이 원래 그리 형편 좋게 풀리지 않는 법.

(<리큐에게 물어라>)


어떤 문장이 전체 상황을 다 설명해줄 때가 있다.

그러게!

마을에서 문제가 생겼다.

공사현장에서 일을 진행하며 남의 땅을 좀 건드리게 돼 낙엽송 서너 그루 잘린.

서로 양해할 만도 하건만 지난 20여 년의 끈질긴 악연이다.

시골 어디나 한 사람쯤 구부러진 갈퀴 같은 이가 있다지.

다행인 건지 물꼬하고만 그런 게 아니라

한두 집을 빼고는 온 마을 사람들과도 그리 핏대 세우는 양반이다.

묻었던 배수관을 다 파내고, 일이 중단되고...

건설회사 대표에서부터 산업계장 토목기사, 면에서고 군에서고,

나중에는 면장님까지 나오셔서 사태수습에 이르렀더란다.

물꼬의 일이지만 군에서 나선 일이라 그나마 그리라도 수습되는.

그나저나 모든 관계의 뿌리는 나일지라...


밤, 이웃 마을에서 옥수수와 토마토와 오이가 실려 왔다.

한 송이 딴 첫 포도도.

밤엔 새로 엮는 노래집 건으로 금룡샘과 긴 통화.

여러 샘들이 노래집에 쓸 곡들을 찾고 정리한 것을 금룡샘이 모아 편집 중.

그밖에 해야 할 일들의 메모, 많기도 하여라.

뭐 하면 되지.

자, 이 밤도 하나씩!

아이들아,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한발 씩 한발 씩!

그러면 다음 걸음이 있고, 마침내 갈 곳에 이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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