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는 것의 엄청난 무게, 어느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그러했다.


멀리 태풍이 지나나 보다.

아침에는 비 잠깐 뿌린.

그런데도 아침부터 몹시 덥더라.


공사가 끝난 달골, 바퀴들이 헤집어놓은 마당의 흙을 고르고

지붕에 올라가 연통을 다시 단단히 매달았다.

산골 너른 살림에 ‘나중에’ 뭔가를 한다는 말은 안 한다는 말과 같기 일쑤,

그래서 보이는 일을 그때 해버린다.

그런데 어제 달골 창고동 난로 연통을 아래서는 굴삭기에 오른 인부가,

위 지붕 쪽에서는 물꼬 식구들이 잡고 달았는데,

인부들이 바쁘다 하기 새 철사를 챙겨가기 전 일단 고정하느라고 삭은 철사를 그대로 썼다.

그런데, 또 언제 하겠는가, 지붕까지 올라가는 그 일을.

말 난 김에, 온 김에, 한 김에 해버려야.

근데 어제는 책상에서 챙겨야 할 일 앞에 있어 그 시간에 움직일 수가 없었던.

장학재단에 서류를 넣는 한 친구의 추천서를 바삐 써야 했다.

공을 들이는 만큼 그에게 도움이지 않겠는가.

어린 날부터 방학이면 꼬박꼬박 물꼬에서 보냈고,

중고생 새끼일꾼에 대학생이 되어서 품앗이샘으로 손보태는 그니.

하여 도저히 지붕에 다시 못 오르겠다고 내일 하자던 일.

비 그었을 때 얼른 올라가 단단히 붙잡아 맸다.


노래집을 기존의 것을 중심으로 엮는데

어차피 하는 일 좀 더 풍성하게 하고픈 모두의 애살.

또 지나간 물꼬의 역사 속에서 사랑 받았던 노래들을 놓친 것도 많았다.

희중샘에 연규샘에 금룡샘에 아리샘도 멀리서들 손을 보탠다.

다시 모인 자료들 교정하기.


인근에서 하는 대체의학모임을 나갔다가 내일부터 있을 청계 장을 봐와야지 했다.

면소재지를 지나 김천시로 넘어가려는데, 차를 돌렸다.

굳이 먼 곳까지 갈 게 아니라

큰 규모도 아니니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만 밥상을 차려도 되리.

좀 더 잘 챙겨주고픈 그 마음 좀 자르기.

꼭 구하고픈 그 재료 없이도 잘 먹을 수 있는!


밤, 결국 내일 아침 할 일과 장 보는 일을 바꾸다.

춤명상에 쓸 음악들을 찾고, 일정을 짜고, 실내에 있는 꽃들 물을 주고...


아, 아이들이 온다, 우리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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