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6일의 초등 계자를 끝낸 꼬리에 붙여 어른 계자를 연다.

아이들을 보내고, 어른들을 맞는다.

고요히 혹은 가만가만 사물의 중심과 깊이를 탐닉하기,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재구성하기,

또는 그것 위에서 삶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자리.

걷고 쉬고 일하고 수행하고 놀고.

마음 꺼내고 펼치고 바람에 씻고 잘 말리고,

내 안의 우는 아이 어른으로 세울 수 있다면...


만나고 싶었던 계자 아이 하나의 어머니는 결국 오지 못했다.

홀로 하는 약국 일정이 여의치가 않아진 모양.

기다렸다. 아이 이야기도 좀 나누고 싶었는데. 멀리 있으나 곁의 벗이라 늘 여긴다.

또 날 있으리라.

초등 계자를 함께 치른 희중샘과 경철샘, 곤함을 이기지 못하겠다 했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 권한 정환샘도 알바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기표샘 역시 과외를 어쩌지 못해 계자를 마치고들 바로 갔다.

하여 다섯이 함께 한다.

연규샘이 남았고, 서울 연수를 갔다 아리샘이 들어왔고,

논두렁 금룡샘과 160 계자에 함께 한 홈스쿨링하는 재훈의 아버지 정교샘이 새로 들어왔다,

장순샘은, 농번기 과일 수확이 한창인 이 산마을, 이웃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그니이다,

짬이 되는대로 오기로.


금룡샘이 모두 계자에 힘깨나 뺐을 거라며 고기를 실어왔고, 구운 저녁이었다.

고기 구경 쉽잖은 이곳임을, 어른 계자를 하는 동안에는 어림도 없을 것을 진즉 아시고.

물한계곡으로 휴가를 온, 품앗이 가람샘과 새끼일꾼 가온네 식구들이 잠시 들렀다.

마침 봐야겠다 생각했던 가람이기도 했다.

몇 해 만에 얼굴 보았다. 아이였던 그 아이 청소년기를 지나 스물에 이르렀다.

겨울 계자에 오기로 한다.

처음 걸음 한 정교샘한테는 ‘학교안내’도 있었네.

그냥 보면 낡을 대로 낡은 폐교된 학교에 불과하나

곳곳에서 어떤 움직임이 어떤 생각 속에 있는가를 들으면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된다. 이름 하여 ‘물꼬 tour’.


왜 왔나’ 먼저 물었다.

각자 이 먼 산골까지 걸음 한 까닭이 있으리라;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연대감으로, 쉼으로, 성찰의 시간으로.

그리고 ‘믿음의 동그라미’.

사흘 동안 말하기 듣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


‘숙제검사’; 각자가 준비한 글 혹은 책, 혹은 이야기.

<상냥하게 살기>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아와지 섬으로 이주,

스스로 몸을 움직여 먹고 살아가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자연 가까이에서 느끼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

장애인이나 가난한 아이, 오키나와 사람들로부터 보았던 ‘상냥함’에 대한 이야기.

우리에게 ‘상냥함’의 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에서

2013년 6월 12일 UN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문도 읽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환경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

우리는 이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온 것이라는 선언.

‘발전이 행복을 가로막아선 안돼,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그것은 지구를 사랑하고, 다음 세대를 보호하고, 자식을 돌보고, 친구를 사귀고,

기본적인 욕구들이 충족되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메르스 사태를 지나며 한 한 철학자의 인터뷰도 읽었다.

‘사람들의 꿈이 모두 이건희가 돼버린,

공정한 사람이 되려는 꿈을 꾸는 사람도 없고, 그런 꿈을 장려하지도 않는다.’

세월호와 메르스와 그런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욕망에 대해,

바로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한 시간이었네.


박철의 시도 하나 읽었다, 세월호를 지난.

‘사랑은 바닷속에 처박히고

사랑을 바닷속에 처넣고서

이제 누가 사랑을 이야기하겠는가’

그럼에도 사랑을 이야기 하고저 이리 모이지 않았겠는가.


자연스럽게 ‘실타래’로 이어졌다.

각자가 지닌 고민은 그의 고민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것.

그리고 ‘夜단법석’.

이러다 밤을 지새우겠네,

자, 자, 우리에겐 내일이 또 있으니 이제 그만.


아, 올 여름 새로 만든 노래집 <메아리>는 160 계자에 이어 어른 계자에서도 잘 썼고나.

함께 불렀고, 즐거웠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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