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24.달날. 흐리다 비

조회 수 706 추천 수 0 2015.09.15 12:14:53

 

“걔네들이 다 알아버린 거야!”

그래 알았던 게다. 들었던 게다.

포도는 마지막에 이르러 까탈을 부렸다.

아주 잘 익은 포도를 적기에 딸 참인데,

마지막 사흘 애를 먹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올해만 하고 다 패내겠다는 포도밭이었다.

포도나무를 패 내는 농가에 보조금을 준다는 공지가 있은 뒤였다.

칠레 자유무역협정(FTA) 10년,

체결 당시 칠레산 포도가 수입되면 다 망할 것이라던 포도농가의 수입은 두 배가 됐고,

거봉과 청포도 같은 고품질 상품을 잘 키워 맛으로 경쟁한 덕분이라 했다.

포도 농사가 망할 것으로 예상해 포도나무를 다 뽑고 다른 작물을 심었던 이들은

다시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젠 또 떨어지는 포도가격이 당연히 문제가 되었겠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해 과수재배업을 계속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농가에 대해 폐업 지원금을 지원함으로써 폐가의 경영안정 및 과수산업의 구조조정을 도모키로 했다. 군에 따르면 폐업 지원금 지급 대상품목을 생산에 이용하고 있던 과원을 철거, 폐기 또는 양도하는 경우 지원대상품목의 과원소유자에 대해 폐업지원금을 지급한다. 폐원 지원사업은 과수산업의 규모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원 규모화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편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FTA 이행에 따른 급격한 수입 증가로 국산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90%) 이하로 하락할 경우, 가격 하락분의 일정 부분(90%)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또 폐업지원금은 과수·축산 등의 재배·사육을 계속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품목에 대해 폐업을 희망하는 경우 3년간의 순수익을 농가에 지원해주는 제도다.’


저들 다 패내겠단 걸 그들도 알아버린 거다.

마지막 힘을 내 만개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만 온 우주의 슬픔으로 차 생이 무너졌을 수도 있었으리.

포도가 마지막 색을 내주지 않아

이웃의 포도밭은 결국 그 상태로 따서 저온창고에 일단 보관하기로 했다.

어마어마한 양이거늘...

 

여름과 겨울 학기를 마칠 무렵이면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와 먼 길을 떠나고는 했다.

인사해야할 어른들을 뵙기도 하고,

명절에 사람 노릇 못하고 이맘때야 들리는 본가도 가고,

이제는 사라진, 혹은 사라지려는, 잘 찾지 않는 분들을 뵙고

그 기술을 전수까지는 받지 못하더라도 눈으로 보고 기록해두려.

그렇게 귀한 분들 만났고,

더러 저 세상으로 보냈고,

9학년까지 산마을에 있던 아이는 제도학교를 가서 11학년이 되었다.

벌써 세 학기가 흘렀네.

이번부터는 동행하지 못한다 했다.

그렇겠지.

학교를 보내놓으니 아이가 왜 이리 바쁜지.

학교는 그 많은 시간을 뭐하는 걸까...

홀로라도 한 주를 보낸다.

 

진즉에 공지를 했다.

‘8월 24일 달날부터 31일 달날까지 베짱이 주간’

모든 상담도 비껴가지만

마음에 피 철철 흐르는 아이의 문제라면 언제든 야삼경에도 응답하겠다는.

공지는 그리해도 다니면서 교무실 일은 돌아가리라.

세상 좋으니, 어디서고 일할 수 있으니. 좋은 게 맞긴 하나...

 

없는 시간 곰팡이가 기세를 펴지 않게,

세금이며 기간이 넘지 않게,

찾을 만하다 싶은 일 미리 손 써두기,

자원봉사 관련 일들도 확인,

일주일 동안 방문할 곳들 미리 일정 잘 잡아 흐름이 원활하도록.

베짱이 주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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