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어있는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
잠과 깸 사이를 모르겠는, 머리 안과 밖을 모르겠는,
상상과 실제의 경계를 모르겠는, 삶과 죽음의 차이도 모르겠는.
새벽이 오도록 뒤척이다 설핏 잠이 들었나 했더니 아침 6시 눈이 떠졌다.
이틀이 멀다 하고 소식을 주고받는 이의 부음을 받고 사흘.
그것도 보름 전 떠난 그를 추모하는 글을 신문에서 발견한 이가 전해주었기에 알게 된.
기가 막힐.
그래도... 산 자로서 살아 움직인다. 신산함이라.
두어 시간 풀을 뽑았다.
그들과 내 영역싸움은 겨울이 지나면서부터 내내였다.
그들도 살자고 살고 나도 살자고 살았다.
그들도 그러하고 나도 그리하면 될 것이나
나 살자고 보면 그들을 그리 치울 수밖에 없는,
그들을 두자고 풀 무성한 속에 걸을 수도 없는.
모든 삶은 모든 삶의 길을 따라가노니,
아이들은 모의고사를 쳤다.
등급컷을 공개한 사이트를 통해 아이들은 제 점수를 미리 가늠해본다.
그나마 그리 챙겨보는 아이들은 아직 공부를 하겠다는,
아직 공부에 기대를 걸어보는 아이들. 나머지는?
눈이 재봉틀에 이르렀다,
한동안 꺼내지 않아 고정된 사물처럼 앉았던.
바늘 쪽을 비추는 전구가 빛을 잃으면 동작을 멈추는 재봉틀인데,
진즉에 서울로 드나드는 벗이 말을 듣지 않는 전구를 챙겨서 사주었지만,
적어도 계자를 하기 전엔 이불이며 베갯잇이며 꼭 손이 가야할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하지 않고 지난여름이었다.
바느질을 하자고 꺼낸 건 아니고
오래 피아노 위에 놓여있던 전구를 싼 포장지에 먼저 눈이 갔던 것.
갈아 끼운다.
아무 의지 없이 그저 보이는 대로 그리 움직인다.
당장 가을학기 시작과 함께할 다음 주부터의 바깥수업들을 위해
이번 주엔 확인전화도 넣어야 하는데, 하는데...
생각 없이 부엌 곳간 앞으로 가니 잼을 해야겠다 쌓아둔 포도가 맥없이 모여 있다.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보이면 그저 무언가를 한다.
큰 냄비를 꺼내고 포도를 끓이기 시작한다.
으깨고 걸러내고 설탕을 넣고 다시 졸이고...
색이 곱다, 색이 곱다, 색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