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3.나무날. 빗방울

조회 수 735 추천 수 0 2015.09.30 18:04:47


비가 오는지...

날이 맑은지 흐린지도 모르고 있다 빗방울 볼에 떨어지고야 비 오는구나 한다.

사람을 보내는 일이 이리 멀다.

며칠 전 절친한 벗의 사고소식을 들었다.


읍내에서 만난 두 어른이 포도와 복숭아, 여러 상자를 실어주셨다.

“요새도 애들 있지요? 학생들이 많더라구요...”

“아, 예, 다음 주부터 학기가...”

두어 해전이던가, 아니 세 해는 족히 되었겠다,

마을에 도로공사를 맡았던 현장소장님은

오비끼라고 굵은 나무 멍에라고 해야 하나,

그것이며 다루끼라고 하는 각목이며 몇 필요하다 하니 흔쾌히 나눠주셨더랬다.

“교장선생님 아직도 그 차 타고 다니세요?”

당신이랑 같은 차라거나 몇 가지 생각도 잘 안 나는 기억들을 끄집어내주었고,

반가움으로 아이들과 먹으라며 포도를 사서 실어주셨다.

곁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도,

읍내 나가면 사람들이 거의 없는 시간 늦은 점심을 그 식당에서 먹으며

가끔, 아주 가끔 고단해 뵈는 당신 어깨를 주물러 드린 게 겨우 몇 차례나 되려나,

덩달아 복숭아로 고마움을 전하셨다.

어쩌면 진이 다 빠진 듯한 고단함을 읽으시고 그리 힘을 보태고 싶으셨을지도.


가까운 벗을 황망하게 보내고 맥없을 걸 걱정하며 선배 하나가

벗의 소식에 이어 세상 소식을 또 전했더랬다.

홍상수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정성일이 두 번째 영화 <천당의 밤과 안개>를 내놨고,

그리고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색스가 생을 달리했다 했다.

며칠이 몇 백 년의 시간으로 흘렀다.

“사람이 죽으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없다.

 죽으면 채워질 수 없는 구멍을 남긴다.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자신만의 죽음을 맞는 특별한 존재다.”

올리버 색스가 말했다.


‘광인은 원래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조금 다른 사람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광인이 정신병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건 근대부터이다.

 이성이 지배이념이 되면서 광인은 이성의 상실, 즉 실성으로 취급됐고,

 정신병원에 구금돼 사회로부터 격리되기 시작했다.’ (미셀푸코의 <광기의 역사> 가운데서)

올리버 색스는, 그들의 세계는 기묘하나 그것은 정상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외려 비범한 재능이 있고, 그것이 그들을 그리 만들었다 했다.

‘1000명 중 한 명 꼴로 발견된다는 자폐증이 왜 병이 되는가.

누구나 소통해야한다는 집단 강박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병이 자폐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들이 설령 ‘지능상의 결함’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가진 마음의 질을 인정해야 한다.’

(올리버 색스의 <화성의 인류학자> 가운데서)

따뜻했던 의사...

좋은 교사가 되려는 노력에 그의 태도가 보여준 것도 적잖았음을 비로소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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